"2차 세계대전 때 억울하게 죽은 한국인 혼령들의 극락왕생을 비는 마음으로 조각했습니다."국내 최초의 목조각 분야 인간문화재 목아(木芽) 박찬수(55·중요무형문화재 제108호)씨가 26일부터 내달 6일까지 일본 나고야의 야외민족박물관 '리틀 월드'에서 전승전을 연다. 이번 전승전은 세계 각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리틀 월드의 개관 20주년을 기념하는 초청전의 성격을 갖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각별한 의미가 있다.
"최근 가토라는 한 일본인이 3,000여평의 땅을 기증, 화쟁사(和諍寺)라는 절을 나고야에 짓기로 했습니다. 한국인에게 참회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2차세계 대전 당시 일본에서 연고 없이 죽어간 한국인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죠. 이번 전시회가 끝나면 전승전에 출품한 2.5∼3m크기의 불상을 이 절에 기증하기로 했습니다."
그가 화쟁사에 불상 기증을 부탁 받은 것은 3년 전이다. 그때부터 그는 꼬박 불상작업에 매달렸다.
"원효사상의 근본인 화쟁은 화해와 화통을 의미한다"고 설명하는 그는 화쟁사가 한국인과 일본인의 악한 인연을 선한 인연으로 변화 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칼 끝 하나 하나에 정성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의 일본 전시는 이번이 두 번째. 지난해 2002월드컵 개최를 기념해 2개월간 일본의 월드컵 개최 5개 도시를 순회 전시해 호평을 받았다.
당시 목조미륵 반가사유상의 모작(模作)은 우리나라 목조각의 원형을 보여줬다는 절찬을 받았고, 대구 파계사 관음보살상 모작은 목조각의 화려함과 정교함의 극치라는 평가를 받았다.
1989년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96년 인간문화재로 선정된 그는 경기 여주에 목아박물관을 지어 우리나라 목조각과 불교미술의 보급에 힘쓰고 있다.
/유승근기자 u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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