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들의 상당수가 화장은 물론이고 성형수술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미국 신문이 보도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 남성들이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 여성의 전유물로 인식되어온 성형수술도 받는다는 것이다. 또 얼마 전에는 어느 패스트푸드 업체가 '햄버거를 먹으면 성형이 공짜'라는 경품 이벤트를 벌여 논란이 됐다. 이 업체는 고객이 외모에 당당해져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기회를 주자는 것이 행사 취지라고 했다. 그러나 성형외과 전문의인 필자에게는 이 이벤트가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성형을 원하는 환자들과 상담해보면 이들이 진정으로 갖고자 하는 것은 외모가 아니라 자신감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 지구상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사회를 살아가면서 남모를 열등감에 시달리는 한국인들이 성형수술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50대의 나이에 성형을 했다가 후유증을 비관하여 자살한 주부, 무려 33번이나 성형수술을 했다는 직장 여성…. 이들에겐 한결같이 자신감이 결여돼 있었다. '외모와 능력은 비례한다'라는 인식이 세대와 성을 초월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필자가 상담한 여성은 결혼을 고려중인 남자 친구로부터 "섹시하지 않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병원을 찾았다. 이 여성은 남부러울 것 없는 외모를 갖고 있음에도 어떤 부위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알고 싶었고, 어느 연예인의 입술을 갖고 싶다고 털어 놓았다. 필자는 "당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자신감의 회복이고, 당신이 자신에게 당당하면 남자 친구의 시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조언해주었다. 결국 이 여성은 성형을 하지 않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아름다움을 동경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문제는 아름다움의 기준이 오로지 외모로 국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외모가 못 생긴 사람들은 사회의 아웃사이더이자 무능력자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아름다움은 인격과 인간미 같은 내면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것을 말한다. 성형수술을 고려중이라면 먼저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 성형수술로 빚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성형 외과적인 차원을 벗어나 있는 것 같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신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곽 혁 준 성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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