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이 아니라 작전?'매주 일요일 오전 8시40분에 방송되는 SBS 오락프로그램 '도전! 1000곡'(사진)은 출연가수가 노래방 기계에서 무작위로 흘러 나오는 노래를 가사 하나 틀리지 않고 불러야 다음 단계로 진출하는 방식을 도입해 인기를 끌고 있다. 제작진은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가 가사를 보여주는 모니터나 주변의 도움 없이 순전히 암기력만으로 노래를 부른다는 점을 강조해 시청자들이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도록 만든다.
그런데 때로는 나이 어린 출연자들이 들어본 적도 없는 오래된 옛 노래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부르거나, 트로트 가수의 경우 무작위로 선택했다는 노래가 공교롭게도 모두 트로트여서 의심을 사 왔다. 여기에 제작진의 주장과 달리 100% 출연자의 실력만으로 겨루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가 흘러 나와 더욱 의혹을 크게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인기 가수 A는 "가수가 곡목 리스트를 제출하는 1차전 '희망 50곡' 뿐만 아니라 노래방 기계에서 번호를 무작위로 선택하는 2차전에서도 가수의 희망곡을 포함시킨다"며 "제작진이 가수들에게 2차전에서 부를 희망곡을 10∼15곡 정도 적어내게 한다"고 밝혔다.
2차전에 진출했던 중견가수 B도 "인기 있는 가수들이 나오면 제작진이 2차전에서도 계속 희망곡이 나오도록 조금 더 배려(?)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기댄스그룹 C는 40∼50대도 잘 모르는 오래된 트로트를 완벽하게 불러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같은 사실에 시청자들은 누구보다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프로그램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18일 방송이 나간 뒤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ID pimangxxx는 "조작 아니냐, 어떻게 트로트 가수 P는 트로트만 불러서 이기는가. 조작이 아니면 노래방 기계에서 무작위로 트로트만 나온다는 게 말이 되는가, 실망이다"는 글을 올렸다. Sangxxx도 과거 방송을 보고 "게스트(출연자)들이 모두 모니터만을 응시했다. 처음부터 노래를 불렀던 S가 계속 모니터만을 응시한다는 점과 두 번째로 P가 B의 노래를 부르면서 마치 가사를 읽는 듯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출연경험이 있는 가수 D는 "가수가 적어낸 희망곡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전주에서 머뭇거리는 눈치가 보이면 제작진으로부터 힌트(?)를 얻는 경우는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자막을 보여주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이 프로그램은 완전 공개 방송이 아니라 이벤트사가 동원한 방청객들만 녹화에 참여한다.
그러나 제작진은 "1차전에서 희망 50곡의 목록을 받는 것 외에 출연자와 사전에 짜는 일은 전혀 없다"며 "특히 가사 제공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이며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네티즌에게 일일이 설명하기 힘들어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사전 조작 의혹을 일축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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