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기업 사원들에게 연말정산에 필요한 가짜 소득공제용 기부금 영수증을 무더기로 발급해준 사찰을 적발해 관련자들을 구속한 것은 충격적이다. 그동안 소문으로 나돌던 것이 마침내 사실로 드러난 것으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병들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종교기관에 기부한 돈은 소득공제 대상으로 연말정산 때 세금을 감면받는다. 이번에 울산지검이 구속한 모 사찰 주지는 이 점을 이용해 지난해 12월 기부금 영수증을 근로자들에게 1장에 2만∼15만원씩 받고 원하는 액수의 기부금을 적은 허위 영수증이나 아예 금액이 없는 백지 영수증을 발급했다는 것이다. 이런 혐의를 받고 있는 울산지역의 사찰은 24개, 가짜 영수증으로 세금을 감면받은 근로자는 8개 업체 5,500여명에 이른다. 허위 기부금 총액은 200억원, 근로자들의 탈세액은 30억원이 넘는다.
문제는 이 같은 불법 행위가 특정지역이나 일부 봉급생활자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대기업 사원들 사이에 기부금 영수증을 제출 않으면 바보라는 소문이 날 정도로 허위기부가 만연하고 있다"고 검찰 관계자는 밝혔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속으로 곪고 있는 것이다. 도덕적 불감증을 넘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탈법도 서슴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다. 또 기부금을 부풀리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영수증 신도'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선의의 기부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일부라고는 하지만, 종교계도 반성해야 한다. 일상 생활에 지친 육체와 정신을 위로해야 할 종교계가 이 같은 불법을 일삼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건 용납될 수 없다. 정부도 책임질 부분이 적지 않다. 어떻게 관리를 하길래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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