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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우리가 자연에서 배우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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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우리가 자연에서 배우는 것들

입력
2003.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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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변비는 일신의 문제지만 어린아이의 변비는 하루하루 그 공사가 온통 집안의 관심사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여름방학이 되어 시골 할아버지 집에 다녀왔다. 큰아이가 방학숙제로 찍은 곤충 사진 속에 소 사진이 여러 장 들어 있었다. 하나같이 소 엉덩이를 찍은 사진들로 유치원에 다니는 작은아이가 형 몰래 카메라를 들고 누른 것이었다. "소가 응아 하는 걸 배우려구요. 처음엔 똥구멍이 콩알만했는데요, 오물오물하더니 사과만큼 커졌는데요, 금방 똥을 누고는요, 또 오물오물 금방 콩알만해졌어요. 그래서 나도 응아 빨리 하는 걸 배우려구요."그 사진을 큰아이가 화장실에 붙여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아이의 변비는 거짓말처럼 고쳐졌다. 어쩌면 아이들의 직관이라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어른들이 자연에서 배우는 건 기껏해야 몇 가지의 지식과 원리 정도이지만 아이들은 그걸 곧바로 자기 몸 안의 한 부분으로 일치시켜 버린다. 소는 똥을 잘 눈다, 그러면 나도 소한테 응아하는 걸 배워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이미 그걸 몸으로 배워버리는 것이다. 차이라면 배움의 자세이다. 우리도 다 그렇게 커왔으면서 뒤늦게 그걸 신기하게 여길 뿐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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