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 지역에 살인 등 강력사건이 잇따라 발생, 치안부재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서둘러 강남구 관내 골목길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키로 해 사생활 침해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특히 경찰은 순찰지구대에 CCTV 중앙관제실을 설치, 24시간 범죄감시에 나서기로 해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21일 서울 강남경찰서와 강남구청에 따르면 강남구에는 논현1동에 시범 설치된 CCTV 5대를 비롯, 내년 초까지 구 예산 32억원을 들여 총 272대의 CCTV가 설치될 예정이다. 경찰이 관내 범죄 다발지역을 선정하면 구청이 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 CCTV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강남경찰서 박기륜 서장은 "예정돼 있던 CCTV 설치를 서두르고 내년 4월 신축 예정인 역삼동 순찰지구대에 관내 방범용 CCTV를 한자리에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중앙관제실을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정책국장은 "모든 시민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며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최소한의 법적 근거도 없이 시민 행동을 감시하는 것은 문제라고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경찰은 아직도 근거를 마련치 않은 채 이제는 중앙관제실까지 설치하느냐"고 지적했다. 대한변협 역시 "개인에 관한 정보를 당사자의 승낙이나 동의 없이 수집, 저장하는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밝혔다.
CCTV 설치를 서두르는 경찰의 속내는 다른 곳에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삼성동, 신사동에서 잇따라 발생한 노인 피살사건 수사가 단서를 찾지 못한 채 겉돌자 경찰은 "만약 사건현장 주변에 CCTV만 설치돼 있었어도 범인을 쉽게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장여경 국장은 "CCTV는 범죄 감시가 아닌 예방을 위해 꼭 필요한 곳에만 설치해야 하는데 경찰의 목적은 이와 다른 것 같다"고 꼬집었다.
강남구 관내 범죄예상지역 CCTV 설치는 지난 6월 강남 일대에서 납치사건이 잇따르자 급작스럽게 사업 폭이 확대됐으나 사생활 침해 논란과 구의회의 예산 삭감 때문에 CCTV 설치 대수가 90대 가량 줄어들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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