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서울 강남의 집값 폭등은 교육 여건이나 주택 공급부족 때문이 아니라 저금리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주요원인이라고 밝혔다. KDI는 '저금리 시대 부동산 가격과 통화·조세 정책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강남지역의 경우 전세 가격은 별 변동 없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매매가만 오르고 있다며 교육이 집값 폭등의 이유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따라서 부동산 안정을 위해서는 부동산 보유에 따른 기대수익률을 낮춰 투자수요를 억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그동안의 정부정책이 실패했음을 지적하는 한편 앞으로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교육문제가 강남지역의 부동산 투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정부가 주장하고 있듯 핵심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보다는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과잉을 바탕으로 한 투기수요가 더 근본적이다. 시중에 돈은 많이 풀렸는데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곳으로 돈이 몰린 결과라는 분석이 훨씬 더 타당성이 있다. KDI의 7월 조사에서 학교 학원과는 무관하게 강북으로 이사할 생각이 없다는 강남 학부모들의 응답이나, 강남 집값 폭등에 미친 교육의 영향이 20∼40%에 그친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이번 KDI의 보고서를 뒷받침한다.
원인 분석이 잘못되면 정책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대통령부터 강남의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말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정보력에 있어 정부에 결코 뒤지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특히 부동산에 있어서는 그렇다. 수없이 많은 정부 정책의 실패가 이를 말해준다. 정부가 다시 원점에서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KDI 보고서가 말하는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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