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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청량산 단풍버스 추락/대부분 안전띠 안 매 피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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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청량산 단풍버스 추락/대부분 안전띠 안 매 피해 커져

입력
2003.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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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청량산 관광버스 추락참사는 단풍철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사고 지점은 청량산 도립공원 진입로의 S자형 급경사 길로 평소 사고위험이 높았던 곳인데다 사고 당시 승객 대부분이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사고현장 단풍놀이의 즐거움에 젖어 있던 관광객들은 버스가 40여m 아래로 추락하면서 앞쪽으로 쏠려 뒤엉킨 채 숨지거나 중태에 빠졌고 일부는 충격으로 차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사고 현장 주변에는 피해자의 소지품과 등산용품이 피투성이가 된 채 나뒹굴어 사고 당시의 처참함을 말해주었다.

팔 골절과 목 타박상을 입은 박타관(60·여)씨는 "등산을 한 후 피곤해서 눈을 감고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버스가 허공으로 뜬 뒤 추락했다"며 "정신을 차려보니 온통 피범벅이 돼 신음하고 있었다"고 몸서리쳤다.

버스는 추락 후 타이어가 지면에 닿아 튕기면서 다시 10여m를 나른 뒤 개울가에 그대로 쳐 박혔으며 이때의 충격으로 개울가 수 톤 크기의 바위가 박살이 나고 버스우측 앞부분은 완전히 찌그러졌다.

구조 및 문제점 사고 직후 경찰관과 소방관, 청량산관리사무소 직원 등 100여명이 계곡을 오르내리며 구조작업에 나서 사고 발생 3시간 만에 인명구조를 끝냈다. 구조작업 도중 관리사무소 직원 김수근(27)씨가 탈진해 쓰러지기도 했다. 사고 직후 이 일대는 구조차량과 관광버스 등이 겹치면서 극심한 혼란을 이뤘다.

피해자 대부분은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아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탑승객들은 "산악회원 중 절반만 청량산 정상을 다녀왔고 나머지는 중간쯤 올라갔다 내려온 후 피곤해서 버스에 타자마자 안전띠도 매지않고 눈을 붙였다"고 말했다. 사고 버스는 1996년 2월 출고된 노후한 차량이었으며, 사고 지점은 S자형 급경사 길로 평소 사고위험이 높았으나 가드레일 등 안전시설이 전혀 설치돼있지 않았다. 경찰은 브레이크 파열이나 차체 결함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는 한편 운전자 신팔수(49)씨의 과실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피해자 주변 집단 참사를 당한 미봉산악회는 대구 달서구 두류1동 소재 서대구시장 상인들과 인근에 거주하는 주부 등으로 이뤄졌다. 회원들은 매월 1차례씩 정기적으로 산행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이 이송된 병원에서는 신원파악이 제대로 안돼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가족들이 애를 태웠다. 22일 자정까지 사망자 17명 가운데 4명은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에 앞서 산악회원 가족들은 시시각각 사망자 수가 늘고 있다는 소식에 눈물바다를 이뤘다. 최옥순(54·여·달서구 두류1동)씨의 딸 이정선(27·회사원)씨는 "아침에 청량산으로 등산을 가신다고 했는데 아직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발을 구르다 생존사실을 확인하고 안도하기도 했다.

● 사망자 명단

유영임(60·달서구 두류2동) 성찬술(67·달서구 이곡동) 손상태(66·달서구 두류1동) 오점득(64·달서구 용산동) 김호자(60·달서구 상인동) 이정숙(57·달서구 두류1동) 지병연(65·달서구 두류1동) 전번자(61·달서구 두류1동) 박갑선(67·달서구 성당동) 박태수(64·달서구 두류동) 이종후(66·달서구 월성동) 정월선(62·달서구 두류2동) 송경희(56·달서구 상인동) 외 4명

/봉화=전준호기자 jhjun@hk.co.kr

정광진기자 kj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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