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1일 최돈웅 의원이 SK비자금 100억원 수수를 시인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직자들은 입을 굳게 다문 채 검찰의 수사 진전 상황과 파장 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특히 이회창 전 총재측은 최 의원 사건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곤혹스러워 했다. 한 측근은 "이 전 총재가 대선자금에 관여하지 않았던 것은 확실하다"면서 "이 전 총재는 검찰 수사가 비선조직으로 향하는 것에 매우 기분 나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측근은 "사조직으로 거론되는 부국팀은 선관위에 등록된 '국회의원 이회창'공식 후원회였으며, 지난 해 10월말 의원직 사퇴 후 해체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 의원이 당 재정위원장으로서 후원금을 걷어 당에 기여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전 총재 개인후원회로는 한 푼도 넘어오지 않았다"며 "부국팀과 최 의원 문제를 연결시키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최병렬 대표는 "검찰 브리핑만으로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최 의원을 만나 진상을 확인해보고 국민에게 정식으로 얘기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홍사덕 총무도 "일단 최 의원의 얘기를 들어본 뒤 입장을 밝히겠다"며 언급을 자제했다.
최 의원 변호인인 심규철 의원은 "SK측의 진술이 있었고, 검찰이 최 의원의 휴대폰 통화 등을 추적해 사실을 확인한 것 같다"며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더 이상 말 할 입장이 못 된다"고 말했다. 남경필 의원 등 소장파는 "좀 더 지켜보자"면서도 "당 차원에서 정치자금 문제에 대해 국민에게 솔직히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말해 대국민 사과 문제가 당 현안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민주당은 이날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이 SK 비자금 100억원을 받은 사실을 시인한 데 대해 "예상했던 일"이라며 한나라당의 철저한 '고백'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그러면서도 '사정 한파'가 자신들에게까지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김성순 대변인은 "대선자금의 사용처를 철저히 밝혀 깨끗한 정치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논평했다. 그는 이어 "이회창 후보의 사조직으로 돈이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도 제기된 만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한나라당이 받은 SK 비자금의 규모와 전달 경위에 대해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전형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안기부 예산 1,200억원을 갖다 쓰고 국세청을 동원, 국민혈세 230억원을 횡령한 데 이어 재벌그룹으로부터 또 다시 100억원을 받은 것은 한나라당이 공중 분해돼야 할 정당임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통합신당은 "그 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의혹 실체가 드러났다"며 한나라당에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정동채 홍보기획단장은 "한나라당은 당리당략적인 행태만 보일 것이 아니라 문제가 된 100억원의 내역을 자세히 밝히고 솔직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SK비자금 사건 등 각종 비리에 연루된 의원이나 정치인도 떳떳하게 검찰에 출두해 법의 심판대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평수 공보실장은 "한나라당은 대선 때 얼마를 끌어 모아 어떤 방식으로 썼는지 모든 것을 국민 앞에 털어놓아야 한다"고 논평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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