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법의 위임을 받아 문신을 새긴 사람을 병역 대상에서 제외토록 한 국방부령에 대해 법원이 "병역 수행 능력과 상관없이 국방부의 편의를 위한 조항일 뿐"이라며 현역 입영 기피 목적으로 문신을 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 큰 파장이 예상된다.특히 재판부는 "문신이 불쾌감을 준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이라며 "국방부령인 '징병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의 관련 조항은 삭제하거나, 새로운 대체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혀, 병역기피용 문신 사범에 대한 새로운 입법체계 마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광주지법 형사9단독 정진경 부장판사는 21일 등 부위에 용 문신 등을 새겨 병역을 기피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김모(22)씨 등 4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방부령으로 제정된 '징병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은 남에게 불쾌감을 주는 문신을 한 사람에 대해 현역에서 면제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는 본인 능력과는 무관하며 단지 국방부가 원만한 병영생활을 도모하기 위해 남에게 불쾌감을 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병영에서 제외하기 위한 편의적이고도 정책적인 규정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현행 병역법 12조는 병역 등급을 정할 신체 등위의 판정기준을 국방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방부령으로 제정된 '징병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11조는 '문신이 상지(上肢·어깨 팔 손) 하지(下肢·다리) 체간(體幹·몸통) 또는 배부(背部·등) 각각의 전체에 걸쳐 있거나 노출 부위에 있어서 남에게 불쾌감을 주는 경우'를 현역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 검찰과 경찰은 이 국방부령과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도망하거나 행방을 감춘 때 또는 신체손상, 사위행위(詐僞行爲)를 한 사람은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병역법 86조를 근거로 몸에 문신을 새겨 현역 입영을 면제받으려 한 사범들을 입건해 왔고 법원도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들을 병역법 86조 위반으로 처벌한다는 것은 법률의 위임 없이 편의적·정책적 목적으로 만든 국방부령에 의거해 새로운 형벌규정을 창설한 것이 돼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국방부령의 '남에게 불쾌감을 주는 경우'라는 것도 과거 문신이 조직폭력배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시대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나 오늘날처럼 문신에 대한 관념이 급변하고 있고 이를 자기 개성의 표현으로 생각하는 사람까지 등장하는 때에는 문신에 대한 불쾌감도 상대적, 주관적이다"며 "지금까지 신체검사시 문신의 예술성 등에 대한 고려 없이 크기를 기준으로 신체등급을 결정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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