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끝난 미국 2003 회계연도 연방예산 적자가 사상 최대인 3,742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조슈아 볼턴 백악관 예산관리 실장이 20일 발표했다.이로써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992년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 때의 종전 최대 예산 적자 기록 2,904억 달러를 경신하는 대통령이 됐다.
지난 회계연도 재정적자는 2002 회계연도 재정적자 1,578억 달러의 배를 넘어서는 것이지만 미 정부의 당초 예상액을 밑도는 것이다. 지난 7월 미 정부는 4,550억 달러의 연방예산 적자를 전망했었다. 부시 정부의 경제팀은 이 점을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증거로 제시했다. 존 스노 재무장관은 "오늘의 예산 수치는 우리가 지난 몇 달간 보았던 조짐, 즉 경제가 회복의 길로 접어들었음을 뒷받침한다"며 "경제가 호전되면 예산적자도 통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산 적자액 3,742억 달러도 국가 총생산의 3.5%에 불과해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정부 시절 5∼6%보다 사정이 낫다는 게 백악관과 재무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2004년 회계연도엔 재정적자가 더 불어날 것이라는 데 부시 정부의 고민이 있다. 볼턴 실장도 "경제 호전에도 불구 내년엔 5,000억 달러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선을 한 달 앞두고 공개될 사상 최대의 예산적자 규모는 백악관과 의회의 재장악을 노리는 부시 정부와 공화당에게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 아버지 부시는 1992년 당시 사상 최고의 재정 적자를 내고 대선에서 패배했다.
벌써부터 민주당은 부시 정부의 장밋빛 전망을 비웃으며 예산 적자를 부각하는 선거 전략을 짜고 있다. 하원 예산위의 존 스프랫(민주)의원은 "세금 감면 정책을 편 부시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일자리를 만들기는 커녕 우리의 자녀들을 빗 더미 위에 올려 놓았다"고 공박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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