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길위의 이야기" 이어가는 소설가 이순원/"일상서 "아하" 무릎치는 순간 만나게 되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길위의 이야기" 이어가는 소설가 이순원/"일상서 "아하" 무릎치는 순간 만나게 되길"

입력
2003.10.22 00:00
0 0

"높이 선 나무로 그늘진 오솔길을 걸어가다가 나뭇잎 사이로 눈부신 햇빛을 봤을 때의 느낌. 늘 익숙했던 풍경 안에서 무심코 눈길을 옮기다가 새로운 '무엇'을 발견했을 때의 느낌. 나는 '길 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소설가 이순원(46)씨는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 잇기 차례가 나한테 왔구나 하는 생각에 기뻤다"고 말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A31면에 실리는 '길 위의 이야기' 연재를 맡은 그는 성석제 김영하씨의 글을 매우 즐겁게 읽었다면서 "그 즐거움을 이어가면서 '이순원만의' 길 위의 이야기를 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순원만의 이야기'란 어떤 것일까. "성석제의 의뭉스러움, 김영하의 재기발랄함이 '길 위의 이야기'에서 아주 잘 빛났다고 생각해요. 내 얘기들은 아주 '유용한' 것처럼, 혹은 아주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그런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사람살이가 그런 게 아닌가. 이순원씨가 짧은 얘기에 담고 싶다는, '삶의 희로애락의 서사'와 통하는 것이다. 그는 '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를 사람들이 감동하고 공감하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원고지 3매 정도의 분량이니 시적인 내용이 되기 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나는 산문적으로 쓰려고 한다. '길 위의 이야기'라는 제목 그대로 한 편 한 편에 이야기의 서사를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길 위의 이야기'가 그렇다.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변비로 지독하게 고생을 했다. 약을 써서 억지로라도 내보내야 한다며 어른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방학 때 아이들이 시골 할아버지 집에 갔다 왔는데 큰 아이가 방학숙제로 찍은 곤충 사진 속에 소의 엉덩이를 찍은 사진이 여러 장 들어 있었어요. 작은 녀석이 찍은 사진인데 소가 엉덩이를 크게 벌리고 힘차게 똥을 누는 사진이었습니다. 푸짐한 쇠똥을 보니 어찌나 속이 후련하던지요. 그 사진을 화장실에 붙여 놨는데 그날부터 작은 녀석 뱃속이 풀렸지요." 어른들이 논리로 보는 것을 아이들은 직관으로 본다. 이순원씨가 아이들에게서 배운 '자연의 방식'이다. 그는 이렇게 가족과 이웃을 통해 보고 들은, 사람 사는 얘기를 들려주려고 한다. "일상을 살아가다가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 되는 순간 순간과 만나기를 바랍니다."

그는 1994년 장편 '미혼에게 바친다'를 연재한 뒤 다시 한번 한국일보와 인연을 맺게 됐다. "소설 연재 당시 젊은 여성 독자들이 여름에 휴가도 가지 않고 소설을 읽을 만큼 화제가 됐던 생각이 납니다. '길 위의 이야기'는 연재소설과 달라 한 회로 완결성을 갖는 만큼 독자들에게 '오늘 아침은 무슨 새로운 내용을 만날 수 있을까'하는 호기심을 갖도록 재미있는 얘기를 전할 참"이라고 말했다.

전날 밤 문예지에 넘길 단편을 마감했다는 그는 "소설은, 그리고 문학은 '운명의 마약'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선천적으로 중독된 사람들, 이 길로 오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이 언제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말했다. 그렇게 운명적으로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된 그가 오늘부터 한국일보 독자들에게 짧은, 반짝임이 환하고 오래 갈 '길 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사람들에게 프레임만 주려고 합니다. 독자들이 그 안에 자신의 삶을 넣어보길 바랍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 약력

1957년 강원 강릉 출생

1988년 '문학사상' 신인상 당선 등단

소설집 '그 여름의 꽃게' '얼굴' '말을 찾아서'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 장편 '우리들의 석기시대'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에덴에 그를 보낸다' '미혼에게 바친다' '수색, 그 물빛 무늬' '아들과 함께 걷는길' '그대 정동진에 가면' '순수' '모델' 등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등 수상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