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돈이 기업을 바꿨다." 21일 열린 하나로통신 임시 주총에서 뉴브리지―AIG 컨소시엄의 외자유치안이 통과된 것은 무엇보다 회사측이 소액을 투자한 개인 투자자(주주)들의 표심(票心)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단일 최대주주(18.03%)인 LG의 반대에 맞서 전체 발행주식의 42%에 달하는 2만주 이하 보유 개인 주주들을 위임장 모집 등으로 끌어 모아 기업 살리기를 위한 우호지분으로 활용했다. 소액주주들이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자신의 지분만큼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국내 증시와 기업경영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뭉치는 소액주주
소액투자자들의 힘이 시장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그동안 대주주들이 일방적으로 내리던 경영 의사결정 관행에 소액주주들이 제동을 걸고 있다. 개미들이 '푼돈'을 투자한 소액 주주라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조직화한 모임을 만들어 경영진과 시장의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기 위한 소송을 벌이는가 하면 기업 경영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하는 등 '제 몫 챙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소액주주들의 조직화 움직임은 한단계 더 성숙해질 전망이다. 강원랜드 소액주주 모임인 소액주주협의회는 1년에 2차례씩 정기적인 오프라인 모임을 열고 소액주주들의 입장을 회사에 건의하고 있다.
기업들도 긴장
강원랜드가 코스닥에서 거래소로 이전한 데도 소액주주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고, 최근 정부에서 '카지노세' 신설 움직임이 나오자 헌법 소원 제출 방침을 내놓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SK(주) 소액주주들도 SK네트웍스에 대한 출자전환에 반대하면서 주요 주주인 소버린과 연대를 시도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SK 소액주주연합회는 출자전환 이사회가 열릴 경우 시위 및 단식농성 등 실력행사에 들어가고 출자전환이 통과될 경우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해 이사진을 퇴진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처럼 소액주주 파워가 커지면서 기업들도 소액주주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기업 인수합병(M& A)을 노리는 사냥꾼들은 소액주주와 연대하거나 손을 벌리는 등 '구애작전'을 하고 있다. 인터넷 증권 사이트 팍스넷(www.paxnet.co.kr)과 38커뮤니케이션(www.38.co.kr) 등에서는 거래소와 코스닥, 제3시장 기업별로 소액주주 동호회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제일투자증권 김정래 투신법인 리서치팀장은 "소액주주들이 기업 경영의 한 축으로 당당히 성장하고 있다"며 "경영자―노조―주주라는 3각 관계가 형성되는 만큼 주주가치 향상에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