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에 있을 때는 입법예고가 대단한 줄 알았는데 막상 장관이 돼서 보니 별 것 아닙디다."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이 20일 의료의 질과 양에 관계없이 고정된 진료비만 지급토록 하는 진료비정액제(포괄수가제)를 11월부터 전면시행하겠다고 입법예고(8월23일)한 지 두달만에 철회하면서 던진 말이다.
김 장관은 전면시행 철회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맹장, 백내장, 제왕절개 등 7개 질환을 대상으로 시행하려 했으나 정작 시행하려니 별로 실효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졸속행정을 자인하는 해명치고는 궁색하기만 하다.
포괄수가제는 이미 1997년부터 시범실시를 해 온 제도로 긍정적, 부정적 측면 모두 숱한 검증이 된 사안이다. 복지부는 7월말 의료기관 전면실시 방침을 밝히면서 의료계의 과잉진료를 줄이고 건강보험재정안정을 이룰 수 있는 정책이라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이런 토대 하에서 11월 전면시행을 공포했던 복지부가 돌연 입장을 바꾼 이유가 '전면투쟁 불사'를 외쳐온 대한의사협회의 거센 반발때문이라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사실 의료계의 반발은 이미 입법예고 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전면시행을 강행한 것은 이를 몰랐던 것인가, 아니면 만용을 부린 것인가.
물론 입법예고는 국민의 여론을 들어 부족한 점, 부작용 등을 감안해 정책을 수정,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행정절차다. 그렇지만 골격을 통째로 바꿀 정도라면 입법예고 전에 미리 보완이 됐어야 옳다. 그간 전면시행을 준비하는데 따른 행정적, 시간적 손실은 차치하고라도 보건행정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혼란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정진황 사회1부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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