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직원들의 얼굴에 요즘 화색이 돌고 있다. 올 3분기에 흑자가 났다는 이야기가 회사 안팎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 지난해 1분기 이후 7분기 만에 흑자가 나는 셈이다.청신호가 켜진 것은 동부아남반도체도 마찬가지. 비메모리 반도체를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이른바 '파운드리'업체 동부아남반도체는 요즘 주문이 밀려들어 생산라인을 풀 가동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문제아' 하이닉스반도체와 동부아남반도체가 힘차게 재기의 날개 짓을 하고 있다. 그 동안 힘써온 자구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한데다 최근 반도체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경영 환경도 좋아진 덕분이다.
날개 펴는 하이닉스와 동부아남
2000년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어온 하이닉스반도체는 22일 1년6개월 만에 기업설명회를 갖는다. 모처럼 기업설명회를 갖는 것은 7분기 만에 흑자가 났기 때문이다. 최근 4년 만에 보너스까지 받은 하이닉스 생산라인에는 활기가 넘치고 있다. 특히 이동통신기기에 들어가는 SRAM의 경우 주문량이 연초보다 무려 5배 이상 늘어 일손이 모자라 생산직을 새로 뽑고 있는 실정이다.
투자 여력 부족으로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동부아남반도체도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다. 충북 음성에 자리잡은 동부아남 제2사업장은 라인을 24시간 풀 가동하고 있다. 동부아남 관계자는 "매달 7,500장의 웨이퍼를 가공하고 있지만, 수요의 40%도 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살아난 반도체 경기와 자구 노력
양 사의 경영 여건 개선에는 반도체 경기의 회복 조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와 인텔 등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 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데서 짐작할 수 있듯 반도체 경기는 올 2분기를 기점으로 확실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물론 경기 회복이라는 외부적 변수만으로 실적이 좋아질 수는 없는 법. 올 상반기 미국과 유럽이 상계 관세를 잇따라 부과, 벼랑에 몰렸던 하이닉스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수출선 변경 등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또 세계 최초로 0.18 미크론 고전압 공정기술을 개발하는 등 꾸준하게 회생의 노력을 해왔다. 동부아남도 주문형 반도형 반도체 생산의 설계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할 만큼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생산 능력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양 사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한 것이 사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인 반도체 사업에서 신규 투자를 하지 못하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면서 "경기가 다시 주춤거리면 곧바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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