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쇼에 불과했습니다. 파병결정을 내려놓고 모양 갖추기 차원에서 우리를 들러리로 이용한 이 정부는 결코 참여정부라 할 수 없습니다."청와대가 이라크 파병 결정사실을 전격 발표한 18일 이후 파병 반대운동을 벌여 온 시민 단체들은 연일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시민단체가 비판을 넘어서 비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은 파병 결정 전날인 17일 열린 노 대통령과 시민사회단체 및 종교계 대표자 8인과의 대화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노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압력은 없다. 다만 내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테러의 위협이다. 파병을 한다고 해서 석유자원이나 경제적 이익은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아직 진지한 파병논의가 없었으며 18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처음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밤 정당 대표들에게 파병결정 사실을 통보했다. 시민단체에게 '결코 조급하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한 노대통령의 발언은 결론적으로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게다가 지난 12일 라종일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이 방미시 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사실 등이 추가로 드러난 점 등을 미루어보면 이미 정부 내부에서는 파병쪽으로 가닥을 잡고 착착 논의를 진행해왔음이 분명해 보인다.
17일 청와대 모임에 참석했던 한 시민단체 대표의 비아냥에는 청와대에 대한 극심한 분노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참여정부라고 떠벌리면서 자기들끼리 다 결정해놓고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시민단체를 동원한 청와대가 이젠 어떤 거짓말과 변명을 또 하려는 지 궁금합니다."
박은형 사회1부 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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