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결정을 둘러싸고 논란과 잡음수준의 파열음을 빚는 것은 유감스럽다. 파병결정 직전 보낸 대통령 친서가 드러나면서, 그 내용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었다는 한 야당의원의 주장이 나왔다. 벌써부터 국론분열 조짐이 나타나는 데다 앞으로 파병의 구체화, 현실화 과정에서 어떤 충돌과 파란이 일어날지 걱정이 생긴다.정부의 예민한 정책결정 과정, 특히 정상간에 오간 친서가 굴욕외교의 시비에 휘말리는 것은 진위여부를 떠나 실망스럽다. 또 야당의원에 의한 친서의 유출과 폭로도 꺼림칙한 대목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 중인 라종일 안보보좌관은 친서전달을 마지못해 시인하면서도 "어떤 경우에도 국가위신이나 국민에게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라 보좌관의 해명을 그대로 믿고 싶다. 대통령 보좌관의 확언이기도 하지만, 믿지 않을 경우 그 충격이 너무 엄청나서 이기도 하다.
이런 논란은 위험하고 무책임하다. 최종 파병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미국측과 협상을 벌여야 할 일이 있을 것이고,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또 한 번의 중요한 결정을 할 때가 올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은 파병이 한 정부나, 세력, 정파의 전유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파병논의는 최대한 당당하고, 공개적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국민적 사안으로 합의가 모아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비밀협상이니, 압력이니, 굴종이니 하는 감성 수준의 논란으로 혼돈과 후유증만을 앓게 될 것이다.
그러나 조짐이 좋지 않다. 정부의 결정과정이 당당하지 못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과 당국자들이 파병결정 발표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도 공개적으로 이를 부인했던 행태가 그 것이다. 앞으로 넘어야 할 고비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당한 논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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