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경제지를 표방한 월간 '아트 프라이스(Art Price·사진)'가 20일 창간호를 내고 국내 대표적 화가들의 1970년대부터 2002년까지의 작품 실거래 가격을 공개했다. 그 동안 화랑협회나 일부 미술전문지 등이 미술작품 가격을 공개한 적은 있지만 아트프라이스는 작가별로 이른바 호당(號當) 가격과 함께 작가의 호가(呼價),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되는 실거래가의 변동 상황을 함께 공개해 미술계에 적지않은 파문이 예상된다.아트프라이스는 우선 서양화가 73명의 작품 가격 변동상황을 78년, 91·92년, 97년, 2000∼2002년 등 네 시기로 나눠 표로 싣고 추이를 분석했다.
78년은 부동산 열기로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커져 구상 경향의 서양화가 인기를 끈 시기, 91·92년은 국내 미술품 가격 상승이 정점에 이른 시기, 97년은 IMF 사태로 가격이 폭락한 시기이다.
대상 작가는 도상봉 남관 등 작고 작가와, 권옥연 김흥수 박서보 하종현 이두식 등 원로 및 중진, 황주리 등 젊은 작가까지 망라했다.
조사 결과 IMF사태 이후 작품 가격이 소폭이라도 상승한 작가는 다섯 명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고한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등이고 생존 작가로는 천경자가 유일했다. 97년 화랑 판매가가 4호에 1억원이던 장욱진은 2000년 화랑협회 조사 결과 호당 5,000만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김환기의 작품은 91·92년 호당 2,000만원에서 지난해 2,700만원에 팔렸고, 박수근과 이중섭은 호당 5,000만원에 팔리는 작가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작고·원로 작가 중에는 30∼40%에서 많게는 60% 이상 작품 가격이 폭락한 경우도 있다.
아트프라이스 발행인 김영석(마니프 대표이사)씨는 "현재 미술시장에서는 작품 가격의 이상(호가)과 현실(실거래가)의 차이가 너무 크다. 호가에 거품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과 한국에만 있는 호당 가격 산정 관행, 화랑의 이중가격제 등 불신을 조장해 온 음성적 가격 정보를 공개하고 설득력 있는 가격체계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지 않으면 한국 미술시장은 소생할 수 없다"고 발간 이유를 말했다.
김씨는 "6년 전부터 화랑, 경매장의 거래가격 등 자료를 준비해 왔다. 다섯 차례에 걸쳐 서양화, 한국화, 조각, 판화 등 부문별로 실거래 가격 동향을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