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신림동은 사법, 행정고시 등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몰려있다. 귀에 이어폰을 꼽고 티셔츠, 트레이닝복 바지에 샌들을 신고, 색을 매고 있으면 영낙없이 고시생이다. 이어폰은 강의 테이프를 듣기 위한 것이다.신림동 고시촌에서 수 년 동안 고시생으로 있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이가 고시생의 일상을 담은 만화책을 냈다. '고돌이의 고시생 일기'(김영사 발행)를 쓴 이영욱씨는 지난해 44회 사시에 합격하고 지금은 사법연수원에서 연수 중이다. 이씨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회사원으로 일하다 신림동 고시촌으로 들어갔다.
"야! 돼지고기다. 오늘 수요일이구나." 고시생들은 저녁 반찬으로 요일을 구별한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신림동의 모든 고시식당들은 월요일 저녁에는 소고기, 수요일 저녁에는 돼지고기, 금요일 저녁에는 닭고기를 반찬으로 내놓는다.
신림동에는 다른 동네에 비해 없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양복 입은 사람, 하늘 한번 쳐다 볼 여유, 화장하고 다니는 여자다. 반면 다른 곳에 비해 유독 많은 것도 있다. 혼자서 놀 수 있는 인형 뽑기 기계, 길거리의 담배꽁초, 안경 끼고 반바지 입은 젊은이들이다.
몇 년 동안 낙방을 거듭한 고시생들의 처지는 명절이면 더욱 우울하다. 명절 때 나이 많은 남자 수험생들이 흔히 듣는 말은 "너 공부 계속할 거냐?", 여자 수험생이 듣는 말은 "너 시집 안 가니?"이다.
이들 '노땅'수험생들에게 가장 난감한 일은 책에 학번을 쓸 수 없는 일이고, 가끔 강사와 자신의 나이를 비교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동네 주민으로 아예 자리잡은 고시생들도 많아 복사가게, 서점, 학원, 식당 주인의 학벌이 높다. 저자는 고시생 때 고시 주간신문 '법률신문'에이 만화를 연재해 동료 고시생들의 애환을 잘 보여줬다는 평을 들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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