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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교류는 통일로 가는 첫걸음"/ "남북방송인 토론회" 참석 성유보 방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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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교류는 통일로 가는 첫걸음"/ "남북방송인 토론회" 참석 성유보 방송위원

입력
2003.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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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3시 평양 인민문화궁전 대회의실. 200여명의 남북 방송인들은 묘한 흥분과 긴장이 감도는 가운데 숨을 죽이고 스크린을 응시했다. 특별시사회용으로 북측이 준비한 4개 분야 방송 프로그램이 먼저 상영됐다. 두 시간 후인 오후 5시에는 KBS의 역사스페셜 '대고구려' 편과 자연 다큐멘터리 '우포늪', MBC의 '!느낌표', EBS의 '방귀대장 뿡뿡이', '딩동댕 유치원', SBS의 '여인천하' 등 남측 프로그램들이 소개됐다.15∼19일 평양에서 열린 '2003 남북 방송인 토론회'와 '남북 영상물 소개 모임'은 여러 면에서 기념비적 행사였다. 분단 이후 6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남북 방송은 사회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엄청나게 다른 궤적을 그려왔다. 체제와 사고방식이 너무 다른 바탕 위에 서 있는 남북 방송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유구한 력사로 빛나는 조선', '햇빛 속에 만발하는 재능' 등 북측 프로그램과 이와는 전혀 이질적인 '!느낌표', '여인천하' 등 남측 프로그램을 참으로 진지하게 보았다.

이 시사회 직전에는 편성·제작, 방송언어, 방송기술 등 3개 분야의 토론회가 열렸다. 남북간 언어의 차이, 개념의 차이 등으로 서로 말뜻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 방송인들의 이번 만남은 앞으로 남북 방송 교류에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남북 방송인들은 비로소 서로 다른 '방송문화'를 인정하고 상대방의 이질적 '방송문화'를 이해해 보려는 노력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는 18, 19일 이틀 동안 이뤄진 프로그램 매매 실적에서도 알 수 있다. 북측은 남측 프로그램을 14편 샀고, 남측은 북측 프로그램을 무려 66편이나 샀다.

이번 만남에는 꼭 토론회 같은 딱딱한 형식의 행사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17일에는 200여명의 남북 방송인들이 함께 백두산에서 하루를 보냈다. 백두산 정상까지 함께 오르고, 천지를 보고, 사진을 찍고, 기념 소주 1잔씩을 돌렸다.

양측 방송위원회는 이번 평양 만남이 매우 큰 성과를 거뒀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내년에는 분야별 토론, 기술교류, 방송언어 공동연구, 다큐멘터리·어린이 프로 공동제작 등을 추진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이를 위해 이른 시일 내 실무협의를 갖기로 했다. 또 내년 아테네 올림픽 때 남북공동선수단 구성이 성사되면 공동취재단을 구성하는 데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양측의 방송정책 책임자들은 이번 평양 만남의 성과를 한마디로 이렇게 평가했다. "시작이 반이다." 앞으로 교류·협력의 폭이 더 넓고 깊어질 것임을 기대해도 좋은 대목이다.

/성유보·방송위원회 상임위원, 남북방송교류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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