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5호 발사 성공을 계기로 미국에서 중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경쟁자로 보는 경계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미 행정부는 일단 말을 아끼며 위안화 평가절상 등 경제적 문제로만 중국을 압박한다. 하지만 미 언론과 전략가 집단은 중국이 급성장하는 경제력을 무기로 아시아에서 미국의 세력권을 침식하고 있다며 '중국 때리기'에 열심이다.
미국의 중국 경계론은 외교군사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에서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8일 "중국이 투자유치와 비 위협적인 외교를 펼치고 있어 아시아 각국은 중국을 보다 온화한 이웃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특히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인 한국과 일본이 중국과 밀접한 경제관계를 갖게 됐다"며 아시아에서 미국의 독점적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지 워싱턴대 중국 전문가 데이비드 샘보 교수는 "현실적으로 아시아는 미국과 중국이 함께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격월간 국제문제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최신호(11∼12월)도 중국이 국제문제에서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행위자로 변신했다고 분석했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중재 및 '상하이(上海)협력기구'를 통한 중앙아시아 각국과의 연대 강화, 유럽연합(EU)과의 동반자 관계 형성 등이 그 예다.
이 잡지는 중국의 부상은 미국에 중대한 도전이라면서 "소모적이고 지역 불안정을 초래할 직접적 경쟁보다는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성향의 워싱턴타임스는 19일 미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 보다 직접적인 중국 위협론을 제기했다. 이 신문은 "선저우 5호와 함께 적외선 망원경과 통신교란 장치를 탑재한 첩보위성이 발사됐다"며 이는 미국의 전자전 우위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주대만 대사관격인 미국대만협회(AIT)의 테레스 샤힌 회장이 17일 대만의 군비증강을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대만이 중국과 군사력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잠 무기와 조기경보 체제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8일 샤힌 회장의 말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보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의중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특히 중국과 주변국의 경제관계 강화가 정치관계 발전을 이끄는 매개체가 될 것으로 우려한다. 제말 우드 딘 카숨 세계은행 아·태지역담당 부총재가 17일 주변국에 대한 중국경제의 위협을 강조한 것은 이를 반영한다.
그는 "저임금과 기술 경쟁력을 갖춘 중국이 아시아의 산업·금융·서비스 분야를 완전히 변모시키고 있다"며 "아시아 각국은 중국의 도전에 경각심을 갖고 개혁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중국 경계론은 톰 대슐 민주당 상원의원의 말에 요약돼 있다. 14일 그는 "중국 정부는 중국이 미국 정치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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