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게 좋은 책을 골라주자고 시작된 어린이도서연구회 '동화읽는어른' 모임이 19일 발족 10주년을 맞아 서울 남산 한옥마을에서 기념 잔치를 벌였다. 이 모임의 어제와 오늘을 살피는 각종 자료와 우리 동화작가 10인의 책 전시회, 어린이책 내용으로 꾸민 다양한 놀이가 회원 어린이와 가족 등 2,000여 명을 맞았다.'동화읽는어른'은 어린이도서연구회의 지역 모임이다. 1993년 광명, 시흥, 부평, 안동에서 생겨 현재 전국 111개 지역에서 4,1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좋은 책을 읽고 자란 아이들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이란 믿음으로, 책을 통해 어린이 문화를 가꾸는 것이 모임의 목표. 회원들은 어린이책을 읽으며 어린이책과 어린이 문화를 생각한다. 좋은 책을 골라 발표하고 서로 정보를 나누는 한편 학교나 도서관, 지역 공부방에서 책 읽어주기, 인형극·슬라이드 동화 등 여러 통로로 어린이와 지역 주민을 만나고 있다.
이 모임의 전국협의회 김영미 의장은 지난 10년의 가장 큰 성과로 '우리 아이에서 온 세상 아이로' 회원들의 관심이 넓어진 것을 꼽았다. "처음엔 다들 자기 아이를 위해 시작하지만, 그건 큰 의미가 없음을 곧 깨닫게 됩니다. 내 아이만 챙겼다간 오히려 왕따 당하기 십상이지요. 아이를 둘러싼 환경이 좋아지고, 우리 동네, 우리 나라, 온 세상 아이들이 모두 행복해져야 내 아이도 잘 자랄 수 있으니까요."
내년에는 책 읽어주기 운동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그 동안에도 해온 일이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아이들이 모이는 데는 어디든 찾아가 책을 읽어줄 계획이다. 김 의장은 "아이가 글자를 뗐다고 책을 던져주고 말 게 아니라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5학년이 돼도 부모가 함께 책을 읽고 들려줌으로써 부모의 따뜻한 음성과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10년 간의 국내 어린이책 흐름에서 김 의장은 희망적 변화를 읽어냈다. "1999년, 2000년에 나온 김중미의 '괭이부리말 아이들' ,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 , 박기범의 '문제아' 같은 작품을 보면서 우리는 감격했어요. '드디어 이런 책이 나오는구나' 하고. 아이들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재미 있고 감동적인 이런 창작동화는 일제 시대인 1920·30년대에 많이 나왔지만, 그 후 찾기 힘들었거든요. 대신 80년대까지 중역 또는 축약으로 제 맛을 살리지 못한 외국 명작이나 획일적 전집류가 판을 쳤지요. 위인전도 예전과 달리 요즘은 업적 위주가 아니라 인간적 모습이나 고뇌를 담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아직도 어린이를 '미숙한 인간'으로 보거나 시·소설 쓸 실력이 안 되면 동화·동시를 쓰는 경향이 남아 있어 아쉽습니다."
'동화읽는어른'의 10주년 기념 행사는 계속된다. 24일부터 11월25일까지 '마음을 살찌우는 책 읽기'를 주제로 전국 16개 지역에서 독서강연회를 연다.
경기북부지역협의회는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발표회(11월1일 오전 10시∼오후 4시 광명시 평생학습원 강당), 충청권협의회는 문화행사 '책이랑 놀자'(11월2일 오전 10시∼오후 4시 평송 청소년수련원)를 준비했다.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www.childbook.org) 참조. (02)3672―4447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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