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비' '소나티네' 등을 만든 일본 영화 감독 기타노 다케시의 신작 '돌스'(Dolls)는 시적 이미지로 충만한 작품이다. 벚꽃과 장미, 단풍, 순백의 설산으로 그린 사계의 풍경화와 비극적 순정형 사랑을 포갬으로써 사랑의 의미를 묻고 있다.기타노 감독은 일본 인형극 양식인 분라쿠(文樂) 의 세계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이제껏 보여준 선명하고 단순한 '기타노 블루' 색상에 전통적 분위기까지 입혔다. '돌스'는 절망적 남녀의 최후를 다룬 분라쿠로 무대를 열어, 뒤에 나올 연인 세 쌍의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 갈 것인지를 암시한다.
신분 상승을 위해 옛 애인을 버렸다가 애인이 미쳐 버리자 다시 애인에게로 돌아간 회사원, 토요일마다 도시락을 싸서 공원에서 기다리던 옛 애인을 찾아 나선 늙은 야쿠자, 자신이 사랑하는 가수가 교통사고로 한쪽 눈을 잃자 자신의 두 눈을 모두 찌른 열성 팬의 이야기는 다소 통속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기타노 감독은 붉은 줄, 죽은 물고기에 입힌 기모노, 물 속에 떨어지는 단풍잎 등의 간결하고도 절제된 이미지 운용으로 애끓는 사랑을 기품 있게 그려낸다. 몇 번을 보아도 소진하지 않을 시적 이미지로 가득한 사랑의 절창이다. 24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종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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