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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34>電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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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34>電球

입력
2003.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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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9년 10월21일 토머스 앨버 에디슨은 자신이 막 만든 백열 전구가 빛을 발하는 것을 관찰하고 있었다. 전구는 40시간 동안이나 빛을 내뿜었다. 성공이었다. 에디슨은 인류가 그 때까지 고안해낸 어떤 조명 수단보다 더 밝고 길게 빛을 발할 수 있는 물건을 마침내 발명했다. 천지창조의 첫날 하느님이 "빛이 생겨라"라는 말씀으로 빛과 어둠을 나누신 이래 기나긴 세월 동안 인류의 생애 절반을 지배한 어둠이 이제 힘을 잃었다. 에디슨은 빛과 어둠 사이의 균형을 깨버렸다.인류의 먼 조상들이 밤의 어둠 속에서 의지한 유일한 빛은 달빛이었다. 불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불의 발견 이후 수 만년 동안 횃불이 인류의 밤을 밝혔다. 석기 시대에 들어서 인류는 석유등을 만들어냈고, 그 뒤 양초와 가스등이 인류 생활 안으로 들어왔다. 오토 반 귀리케라는 독일 사람이 전기를 통해 빛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은 1650년이었지만, 19세기 전반까지 유럽의 밤을 밝힌 것은 가스등이었다. 그리고 가스등이 쫓아낼 수 있는 어둠의 양은 횃불이 쫓아낼 수 있는 어둠의 양과 별 차이가 없었다. 횃불을 켜든 가스등을 켜든, 어둠은 어둠이었다. 그러나 백열등은 달랐다. 이 새로운 발명품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 밤을 낮처럼 만들 수 있었다.

에디슨의 이 위대한 업적이 인류에게 복이었는지는 또렷하지 않다. 전구가 발명되기 전까지 기나긴 세월 동안, 인류는 빛과 어둠의 자연적 질서에 조율된 생체 리듬에 맞춰 일상 생활을 영위했다. 낮은 활동의 시공간이었고, 밤은 휴식의 시공간이었다. 그런데 어둠이 물러가면서 쉼도 줄었다. 전구의 발명은 '야근'이라는 말을 인류의 어휘에 새로 편입시켰다. 이제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모든 정령이 깨어나 세계를 낯선 기(氣)로 감싸는 밤의 신비를.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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