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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많이 본듯한 아기자기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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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많이 본듯한 아기자기한 사랑

입력
2003.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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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의 대사에서 따왔다는 제목, 프랑스 소설 '밑줄 긋는 남자'에서 빌려온 내용, 그리고 로맨틱한 상상력을 부추길 서양의 여러 명화들. 이 정도면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감독 용이)가 어떤 영화일지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봄날의 곰'은 이와이 순지의 '러브 레터'에 나오는 도서관 대출카드 모티프를 떠오르게 하는 수채화 같은, 동시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로맨틱 코미디다. 선이 굵으면서도 담백한 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김남진이 수수께끼를 품은 임시 기관사(동하)로 등장하고, CF 감독이자 모델로 뜬 용이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점도 기대를 모은다.

유통점 직원 현채(배두나)가 미술책 갈피에 적힌 사랑의 고백을 쓴 주인공을 찾아 나선다는 추리소설형 구성과 열 두 개의 장으로 이야기를 적절히 나눈 만듦새는 평균 이상의 수준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추리소설적 측면은 부분 기억 상실증을 재료 삼아 옛사랑을 찾아 나서는 '오버 더 레인보우'를 연상시킨다. 현채가 사랑의 고백이 담긴 그림책을 읽으면서 하는 상상을 실사로 옮기는 대목에서는 '엽기적인 그녀'가 겹쳐진다.

모방이 문제는 아니다. 숱한 연애영화에 대한 오마주는 아기자기하다. 그러나 여자친구에게 라면을 끓여주려고 밤길에 자전거를 타고 달려 가는 에피소드를 넣는다고 해서 선뜻 감동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유통점 직원과 임시 기관사의 삶에는 두께가 느껴지지 않는다. 가령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잠을 못 잔 핏발 선 눈동자가 없다. 모든 것이 훌륭하다고 해서 사랑에 빠지고 싶은 열망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24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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