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시대의 어머니 돌보기('굿바이 레닌') vs 신자유주의시대의 아이 돌보기(대디 데이 케어). 24일 개봉하는 두 작품은 시대가 바뀌면서 가족의 고민도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유쾌하고 따뜻한 가족영화다. 통독 이후 열성 공산당원 어머니를 간호하느라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일삼는 아들의 이야기인 '굿바이 레닌' (Good Bye, Lenin!)은 역사와 이념 그리고 가족을 한 눈에 굽어보면서도 모자 사이의 애틋함까지 놓치지 않는 수준 높은 코미디다. '대디 데이 케어'(Daddy Day Care)는 백수가 된 아버지 둘이 놀이방을 꾸리면서 비로소 자신의 아이를 '발견'한다는 내용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의 가족을 이야기하는 '굿바이 레닌'은 독일 관객 625만 명을 모아 독일 영화 사상 흥행 2위를 기록했고, 대량 실업 시대의 탁아 문제를 다룬 '대디 데이 케어' 는 에디 머피를 내세워 1억 달러 이상을 벌었다.
'립 밴 윙클'은 잠에서 깨어나 보니 잠들기 전의 영국 땅이 미국 땅이 됐더라는 식의 판타지 소설. 동독 시대에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통일 이후에 깨어난 알렉스의 어머니(카트린 사스)는 독일판 립 밴 윙클이다. 언제라도 심장 마비에 걸릴 수 있는 어머니를 보호하느라 아들 알렉스(다니엘 브뢸)는 차마 독일이 통일됐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어머니를 위해 생산이 중단된 동독의 커피, 피클을 찾느라 휴지통을 뒤지고 심지어 간이 방송 스튜디오까지 만들어 '서독 난민이 동독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거짓 뉴스까지 비디오로 만든다.
'굿바이 레닌'은 이처럼 어쩔 수 없이 한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을 불러온다는 이야기. 그러나 아이들을 매수해 구 동독시절 노래를 불러 드리고, 방 분위기를 예전으로 돌린다고 해서 동독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 알렉스는 누나와 친구, 어머니의 친구를 모두 동원해 위대한 사기극을 이어 나간다.
그러나 '굿바이 레닌'의 즐거움은 만질수록 커지는 거짓말의 나열에 있지 않다. 동독 최초의 우주 비행사가 택시를 몰고, 누나는 버거킹 햄버거 종업원이 되며, 평생을 모은 동독 화폐는 쓰레기만도 못하게 된 통일 이후의 삶에 대한 시시콜콜한 진실이 스크린 곳곳에 스며 있다. 왜 어머니가 열성 당원이 된 것인지, 어머니는 아들의 사기극을 알고도 모른 척하는 것인지에 대한 복선도 탄복할 만하다. 감독 볼프강 베커. 12세 관람가.
시리얼 광고 프로젝트 실패로 광고회사에서 쫓겨난 찰리(에디 머피)와 필(제프 갈린)은 당장 육아 문제에 부딪힌다.
아내가 일자리를 알아보러 다니는 동안 아이를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5개 국어 교육에 무술까지 가르치는 엘리트 유치원인 챕맨 밖에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지만 비싼 비용을 감당할 재간이 없다. 그래서 찰리와 필은 아예 직접 놀이방 '대디 데이 케어'를 차리기로 한다. 기저귀도 갈 줄 모르는 주제에 말이다.
아이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아버지들이 실직을 계기로 아이를 이해하게 되고 직접 놀이방까지 경영한다는 발상은 신선하다.
탁아 문제를 개인에게 모두 떠넘기는 미국 사회의 이면도 잘 드러나 있고, 남자 어른들이 온갖 악동들과 난장판을 벌이면서 차츰 아이들의 욕구에 눈떠 가는 과정이 즐길 만하다. 감독 스티브 카. 전체관람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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