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여력이 풍부한 상장기업들이 잇따라 자사주를 매입한 후 이익 소각에 나서면서 올들어 자사주 소각 규모가 4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20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이달 17일까지 자사주 소각을 완료하거나 진행중인 기업은 25개사 28건으로 금액은 3조7,375억원, 주식 수로는 1억4,888만주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기업들이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우대 수단으로 선택하는 자사주 소각은 2000년 처음 도입 당시 3건 1,627억원에 불과했으나 해마다 급증, 지난해에는 19건 2조6,182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2000년 이후 자사주 소각 규모는 총 64건 7조817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올 3월 9,110억원에 이어 17일 1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발표, 총 1조9,110억원을 소각키로 했고 KT도 올 4월 1,379억원과 이달 17일의 3,000억원을 합쳐 올해 자사주 소각규모가 4,379억원으로 늘어났다. 자사주 소각 기업의 올해 주가 상승률(17일 종가 기준)은 평균 32.27%로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20.87%를 11.40%포인트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720억원의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한진해운이 164.23% 올라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성신양회 124.34%, 대림산업 113.19%, 현대모비스 75.43%, 동양제철화학 60.24% 등의 주가도 크게 올랐다.
대한투자신탁운용 서정호 주식운용1팀장은 "예전에는 기업들이 돈을 벌어 설비투자 등 기업 확장 정책에 썼지만 지금은 경기 둔화로 설비투자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자사주 매입, 이익소각 정책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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