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종일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12∼14일 미국 방문에서 이라크 추가 파병과 관련한 노무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국의 압력 및 파병 결정 시기 등에 대한 논란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고건 총리는 20일 국회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 질의 답변에서 "친서를 보낸 것으로 안다"고 확인했다. 고 총리는 친서 내용에 대해서는 "(북 핵과 파병을)조건부 연계로 해석하는 일부 언론이 있어서 해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 총리의 해명에도 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 아니냐는 저자세 외교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의 언론 보도를 해명하기 위해 친서까지 보냈다는 것은 좀체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의 '오해'가 정부의 혼란스런 대미 신호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파병과 북핵 문제의 연계에 대해 이날 라종일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과 이종석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은 다른 설명을 했다. 라 보좌관은 "별개라는 방침을 여러 경로로 미측에 통보했다"고 말했지만, 이 차장은 "연계는 아니더라도 중요 고려 사항임을 여러 경로로 밝혔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정부가 이라크 파병 결정을 앞두고 미국의 대북체제보장방안을 요구했고, 미국이 불쾌감을 표시하며 부시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등 압력을 구체화하자, 정부가 특사를 파견, 친서를 전달하고 이라크 파병을 약속하면서 수습했다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외교부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한미간 갈등 가능성을 일체 부인했다. 그러나 한승주 주미 대사가 귀국한 뒤 20일 한미정상회담까지 수행한 것은 한미간 기류가 한때 심각했다는 반증이라는 지적도 많다.
친서 전달 사실에서 18일 발표 1주일 전에 파병을 확정했으리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고 총리는 "확정 통보는 아니고 사전 협의과정에서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17일 시민단체 면담에서 한 말을 놓고 이미 비난이 거세다는 점에서, 추후 정부의 신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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