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20일 제시한 '다자간 안전보장' 방안에 대해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보인다. 오히려 북한으로서는 그 동안 거부의사를 밝혀온 방안이 재차 제시된 데 대해 미국측의 진의를 의심하면서 '핵 억제력 강화·공개' 등으로 맞받아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이날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밝힌 안전보장 방식은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지난 10일 "공개적이고 문서화된 방식이 될 것이며 다자가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는 미 행정부가 서면으로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한 뒤 미 의회의 결의를 거쳐 6자회담 참여국들이 이를 추인하는 것으로 미 정부가 오래 전부터 검토해온 내용이다.
물론 부시 대통령 자신이 안전보장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점을 북한이 주목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북한은 그동안 '법적 구속력'을 이유로 불가침조약 체결을 강조하면서 다자간 안전보장 방식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여왔다. 외무성 대변인은 16일 "부시 행정부는 안전 담보를 운운하면서도 우리의 불가침조약 체결 요구는 한사코 반대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조선중앙통신은 7일 논평을 통해 "서면 안전담보란 그 어떤 법적 담보도 줄 수 없는 빈 종잇장에 불과한 것"이라고 혹평한 바 있다.
또 19일자 노동신문 논평에서는 "APEC 각료회의는 북미간 핵 문제를 논의할 장소가 못 된다"고 못박기도 했다.
한미 정상이 다자간 대북 안전보장 방식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이 핵 폐기에 진전을 보여야 한다는 점을 명시한 것도 북한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이다. 자신들이 제기한 동시행동조치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은 채 '선 핵 포기'만을 요구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연구원 전현준 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측의 태도가 전혀 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당분간은 비난의 강도를 높일 것"이라며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안위에 관한 문제 등 다자간 안전보장 방안에 담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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