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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부동산시장 르포 / "그래도 집값 오른다" 기대심리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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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부동산시장 르포 / "그래도 집값 오른다" 기대심리 여전

입력
2003.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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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로 예정된 정부의 부동산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집값상승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권에 태풍 전야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강남불패' 신화를 반드시 깨고 말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다짐과 '강남 부동산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주민들의 굳은 믿음이 눈에 보이지 않는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거래는 동결상태이다. 강남 현지 분위기를 긴급 점검했다."그래도 강남은 올라 갑니다"

정부가 공언한 초강도 부동산 대책 발표를 일주일여 남긴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 이곳에서 10년째 옷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장모(54·여)씨는 정부의 대책에 대한 불안감이 없냐는 질문에 "이곳 주민 대다수는 어떤 정책이 나와도 '최소한 집 값은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확신에 차 있다"고 단언했다. 장씨는 "강남 사람들은 '정부가 세금 올리면 그 만큼 올려서 팔면 된다'는 공감대가 암암리에 형성돼 있다"며 "교육·문화 시설과 교통, 주변 환경이 좋고 거기에 어울리는 주변 사람들의 수준도 높은데, 세금 조금 올린다고 이사 가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대통령까지 집 값 잡기에 팔을 걷어 붙였지만 강남 아파트 시장에는 여전히 '불패 신화'의 믿음이 팽배해 있다. 강남 주민들은 외부, 특히 정부와 언론에 상당한 불만과 불신을 보이면서 최근 언론의 가격하락 보도에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거래는 없지만 기대는 식지않았다

이달 13일 노무현 대통령의 토지공개념 도입 검토 발언 이후 강남 부동산 중개업소는 겉으로는 개점 휴업 상태에 있다. 매물을 내놓는 사람도,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도 없이 가격대를 묻는 전화만 연신 걸려왔다. 대치동 소망 부동산 안주철 소장은 "지난 일주일간 매물이 자취를 감춰 단 한건도 거래가 없어 가격 형성 자체가 안 된다"면서도 "심리적으로는 다소 내려간 상태이지만 오히려 '가격이 주춤하는 지금이 기회다'라는 분위기가 강한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 놓았다.

토지공개념 발표이후 대치동 은마아파트,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소위 강남 노른자위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는 것으로 보도됐으나 이는 일부 급매물만 해당되거나 호가 하락일 뿐 실제 거래가격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도곡 2차 재건축 아파트 13평은 8억5,500만원으로 한 달째 오른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대치동 은마 아파트 31평형과 34평형도 각각 6억9,000만∼7억3,000만원, 8억1,000만∼8억3,000만원대로 노 대통령의 발언 전 수준이다.

지난 주초 한때 가격이 1억원까지 급락했던 잠실 등 재건축 단지들도 주말 급매물이 소화된 이후 폭풍 전야처럼 고요한 정적만 흐르고 있다. 이 달 초 5억3,000만원까지 올랐던 잠실 1단지 13평형이 주초 4억3,000만원대 급락하자 투기 세력이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매물을 사들였다. 현재는 4억7,000만∼4억8,000만원대 물량만 남아있는 상태다.

J(여·개포동)씨는 "언론에서 가격이 떨어졌다는 기사를 보고 이참에 집을 살까 해서 나왔다"며 "강남 아파트가 3년 전에 비해 두배 이상 올랐지만 아직 강북이나 지방 등과 여건을 비교하면 충분히 자산가치가 있다. 주위에서 낙폭이 큰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 부동산대책 두렵지 않다

강남 주민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도곡동 그랜드공인중개사 장철진 대표는 "요즘 소비자들의 정보력은 정부에 조금도 뒤지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며 "단순히 세제나 금융 정책으로 부동산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강남 주민과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강남 아파트 값 상승은 단지 '강남이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실제 그 만큼 살기가 좋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강남은 1970년대 경제개발 이후 장기적인 도시 계획에 따라 도로 확장, 명문교 이전, 공기업과 대기업 본사 이전 등 30년 가까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기반 시설을 완비해 현 시가 이상의 부동산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종합 여건을 무시하고 단기적인 대책을 내세워 강제로 때려 잡는다고 그것이 효과가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여의도에 살다가 3년전 강남으로 이사 왔다는 회사원 K(39)씨는 "이 곳에서 살면서 왜 사람들이 '강남, 강남'을 외치는지를 알게 됐다"며 "무엇보다 교육 여건이 탁월한데다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 덩달아 '나도 상류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는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K씨는 "요즘에는 강북에 가면 답답하다가도 한강 다리면 넘으며 가슴이 확 트이는 느낌이 들 정도니 누가 강남을 떠나겠냐"고 덧붙였다.

올해 8월 저밀도 지구인 잠실시영 아파트 13평을 3억7,000만원에 구입했다는 회사원 T(39)씨는 "처음에는 한 달 만에 8,000만원이 오르는 재미가 쏠쏠했지만 가격 변동이 너무 심해 지금은 재건축 아파트를 산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실수요자는 가격이 들썩거리는 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며 "정부는 실수요자는 보호하고 악덕 투기꾼은 확실히 막는 강력한 대책을 내 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곡동 대림 아크로빌에 거주하는 모대학 강모 교수는 "정부의 반 협박성 압박에도 불구하고 강남 분위기는 여전히 살아 있다"며 "정부가 이번에도 밀릴 경우 앞으로 겉잡을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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