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540만명, 대종상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조명상 등 4개 부문 석권,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 최우수 감독상 신인감독상 국제평론가협회상 등 3개 부문 수상.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살인의 추억'의 찬란한 성적표다. 성적표의 주인공은 봉준호(34) 감독. 그는 2000년 재치와 풍자가 돋보인 블랙코미디 '플란더스의 개'로 데뷔했고 5월에 선보인 두 번째 작품 '살인의 추억'으로 흥행과 작품성에서 모두 성공한 스타 감독이 됐다.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로 평가 받는 이 작품이 이달 말 콘티북(영화촬영과정을 미리 그려놓은 책)과 함께 두 장의 DVD로 나온다. DVD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대만큼 봉 감독의 어깨도 무거웠다. "잘 나와야 할 텐데…. 개인적으로 콘티북을 끼워줄 수 있어서 너무 기쁩니다. 따로 돈 주고 인쇄하지 않는 한 콘티를 책으로 만들어 가질 수는 없거든요. 콘티북은 너무 소중한 선물입니다."DVD에 대한 몇 가지 의문점 그런데 출시 전 검수용 타이틀(QC)로 미리 살펴본 DVD의 화질은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 제작사 로고가 뜨는 장면과 송강호가 논두렁에서 현장보존을 하는 장면이 눈에 띄게 위아래로 흔들렸다. 또 제목이 나타나는 화면에는 잡티가 보이고 일부 장면에는 필름이 긁힌 자국(스크래치)도 있다. 더욱이 극장에서 본 영상보다 약간 밝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에 대해 봉감독은 "극장별 프린트(배급용 필름) 화질이 달라서 DVD 영상이 극장에서 본 것보다 밝거나 어두울 수 있다"며 "김형구 촬영감독과 함께 HD텔레시네(원본 필름에서 HD방송용 소스를 추출한 뒤 이를 토대로 DVD타이틀 제작용 마스터를 만드는 작업)를 직접 했는데 개인적으로 화질, 음질에 100%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우들과 함께 녹음한 육성해설에 대해서는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송강호, 김상경, 박노식과 함께 4명이 육성해설 작업을 했는데 마이크를 두 개만 사용해서 그런지 음량이 작아 영화 속의 효과음, 음악 등에 묻혀서 해설이 잘 안 들린다"며 "제작사에 수정을 요구했는데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풍성한 부록 봉 감독은 영화계에서 꼼꼼하기로 소문나 '봉테일'로 불린다. 살인의 추억을 보면 지금은 볼 수 없는 크라운맥주와 빨간딱지가 붙은 솔 담배까지 나와 1980년대의 시대 배경을 완벽하게 재생했다. DVD에서도 그의 꼼꼼함은 여실히 발휘됐다.
"영화 촬영전부터 연출부와 함께 앞으로 나올 DVD를 구상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DVD는 풍성한 부록을 담고 있다. 제작과정은 물론이고 실제 화성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소개, 제작진 및 배우 인터뷰, 시사회, 음악 해설, 뮤직비디오와 삭제 장면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 있다.
이 많은 부록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쉬움을 표했다. "SBS 다큐멘터리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방영한 화성연쇄살인사건 내용을 넣고 싶었는데 방송사의 거부로 이뤄지지 못해 안타깝다"며 "촬영 때 배우, 제작진에게 나눠준 30쪽 분량의 사건개요집을 삽입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끔찍한 사건 사진과 내용 때문에 뺐다"고 밝혔다.
봉준호의 DVD의 추억 그는 2001년 여름 뮌헨영화제에서 '플란더스의 개'로 입상해 받은 상금 2,500만원 가운데 일부를 투자해 안방극장(홈시어터)을 꾸몄다. "DVD플레이어와 5.1채널 스피커, 앰프를 갖췄으며 영상은 화질과 색감이 선명한 브라운관 TV로 봅니다. 프로젝션 TV는 화질이 안 좋아 믿질 못하겠고, 액정이나 PDP TV는 색감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갖고 있는 DVD타이틀은 약 200편. "DVD를 많이 보고 싶은데, 잘 못 봐요. 초저녁에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만화영화를 보느라 DVD를 차지하고, 아들이 잠든 심야에는 음량을 높일 수 없어 제대로 못 봅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혼자 사는 김지운 감독이 부러울 때도 있어요."
그는 요즘 한영애의 '외로운 가로등' 뮤직비디오 촬영을 끝내고 세 번째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분야를 설명하기 힘들어요.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재난에 얽힌 역동적 집단 난투극입니다. 현재 대본을 쓰고 있으며 내년 가을쯤 촬영할 생각입니다." 과연 어떤 작품이 나올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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