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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두 백수의 일상통해 우리사회 뒤집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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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두 백수의 일상통해 우리사회 뒤집어보기

입력
2003.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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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흥행작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주인공들이 자라서 10년 후에 맞게 될 세상의 모습은 어떨까. 극심한 취업난과 짙은 안개 속 같은 경제상황으로 보아 '위대한 유산'(감독 오상훈)의 주인공처럼 일정한 직업 없이 청춘을 흘려보내는 '백수와 백조'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위대한 유산'은 암울한 사회 분위기를 기발하게 뒤집은 영리한 상업영화다.더욱 영리한 건 영화의 알찬 시나리오. 영화는 전반 30분 동안 두 청년 실업자 창식(임창정)과 미영(김선아)의 일상을 꼼꼼하게 보여주는 데 전력한다.

담배 한 가치에 목숨을 걸고, '피 같은 비디오 연체료'에 절절 매며, '대출된 만화책 한 권 때문에 피폐해지는' 창식을 보면서 관객은 슬슬 그에게 빠져 들어간다. 창식이 문 닫아 걸고 혼자 삼겹살을 먹는 비슷한 처지의 만화가 선배를 찾아가 기어코 삼겹살을 뜯어 먹는 장면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을 백수 풍속화의 전형이다.

미영의 삶 또한 창식에 못지 않다. 언니 옷 몰래 입고 면접 시험 보기에서 시작해 목욕탕 거울 앞에서 면접 연습하기, 방 걸레질하면서 홈쇼핑 방송 보기, 훌라후프 돌리며 방송사 퀴즈 알아 맞히기 등 백조의 삶이 올올이 펼쳐진다. 창식과 미영의 생생한 캐릭터는 이 영화가 코미디를 정공법으로 제대로 소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꽉 짜인 시나리오도 김선아와 임창정의 리듬감 있는 연기에 비하면 주변 이야기에 불과하다. 마구잡이로 망가지는 유치한 웃음이 아닌, 캐릭터에서 우러나오는 생생한 질감의 웃음이야말로 이 영화의 매력이다.

초반엔 드라마, 중반엔 납치극, 마지막엔 로맨스를 뒤섞은 장르 불명의 복잡한 컨셉은 이 영화의 약점이다. 왜 예고편이 본편보다 재미 없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연히 얻게 된 커다란 유산'이라는 모티프를 맥거핀(관객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으로 쓰거나 백수의 사소한 일상을 복선으로 까는 영악함 등은 코미디의 반보 전진을 보여줬다. 토사물 위에 나뒹굴거나, 형수가 시동생 머리를 때리는 식의 진부한 슬랩스틱 코미디가 발목을 붙잡기는 하지만. 24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종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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