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에서 휴대폰을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는 20대 셋 중 하나는 전자책을 보는 사람일 겁니다."국내 최대 전자책 서비스 업체인 (주)북토피아의 오재혁(35) 사장은 요즘 약간 들떠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이익을 내기 시작한 전자책 사업이 올해 더 큰 흑자를 낼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출판사나 서점이 불황으로 몸살을 앓는 것과는 정반대다. 책 관련 사업을 하면서 속으로 웃는 사람은 아마 그가 유일할 듯 싶다.
"국내 전자책 업계는 외국과 달리 출판사가 주축이라는 게 강점입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이동통신 업체들이 전자책 서비스를 핵심 마케팅 수단으로 삼은 게 주효했습니다."
미국 최대 서점 체인인 반스&노블이 전자책 사업에 진출했다가 최근 도중하차를 선언하면서 "출판사들이 콘텐츠를 충분히 공급하지 않았다"고 푸념했다. 하지만 북토피아는 출판사를 주주로 삼아 콘텐츠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 최근의 수익 증대는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SK텔레콤이 지난해부터 전자책 서비스 관련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편 덕도 크다. 그때부터 전자책 내려 받기가 10배로 늘어났다. MBC의 '!느낌표' 덕분에 책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진 것도 적잖게 작용했다.
"요즘은 내려받기가 매일 5,000건 정도 됩니다. 종이 책 값의 절반 정도로 콘텐츠를 내려 받아 저장한 뒤 아무 때나 꺼내 읽을 수 있어서 휴대폰을 이용한 20·30대의 수요가 크게 늘었습니다." 북토피아는 3년 간 시스템 기반 구축 등 비용으로 100억원을 날린 뒤 지난해 처음으로 1억원의 흑자를 냈고, 올해는 상승세를 타고 지난해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난 100억원 매출, 15억원의 순익을 예상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런 추세가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북토피아와 함께 '작은 전자도서관 사업'을 진행해 온 강남구청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전자도서관과 일반도서관을 함께 운용하고 있는 구내 15개 초등학교에서 전자책 대출 건수가 종이책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연간 종이책 대출 실적은 22만 6,000여 건인데 비해 전자책 대출 실적은 52만 9,000건을 넘었다.
"전자책 시장은 규모가 올해 300억원에 불과하지만 2006년에는 2,500억원으로 커질 겁니다." 오 사장은 "앞으로 기업간 거래(B2B)에 해당하는 전자도서관 구축 사업은 물론 조만간 널리 보급될 개인휴대단말기(PDA)폰을 이용한 개인서비스 사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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