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증권사 사장에게서 직접 들은 얘기이다. 어느 증권 전문가에게 아침부터 여러 사람이 전화를 걸어서 오늘의 시황을 물었다. 아침까지 시황은 강세 쪽이었다. 물론 그렇게 어드바이스를 해 줬다. 그런데 장이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자 전문가는 자기 포지션을 매도 쪽으로 바꿨다. 시장이 오후가 되자 매도 쪽으로 흘러갔다. 그러자 오후에 전화가 온다. "이거 어떻게 된 거에요?" 전문가는 답한다. "저는 점심 먹기 전에 모두 매도 쪽으로 돌렸는데요…." 아침에 물어 본 투자자들은 당연히 난리가 난다. 왜 아침에는 매수라고 그랬냐느니...속인거 아니냐느니...이와 비슷한 상황은 증권 시장에서 거의 매일 벌어지지만 설명이 무척 힘든 부분이다. '시장 사람(wall streeter)'하고 '시장 밖 사람(main streeter)' 사이에 말이 통하지 않는 전형적인 상황 중 하나다. 대개의 경우 '시장 밖 사람'을 고객으로서 상사 대하듯 모셔야 하는 증권맨(브로커)들의 말 못하는 고충은 대개 이런 식이다. 시장은 시시각각 변한다. 아니 매초 바뀐다. 시장에서는 "어떻게 적응해 나갈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지 "처음에 어떻게 보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예측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응을 하느냐에 이익과 손실의 성패가 달렸다는 얘기이다. 경제와 관련된 수많은 변수가 있고 증시에 또 수 많은 변수가 있다. 거기에다 경제와 증시 예측이 아무리 잘 맞았다 해도 개별 종목에 들어가면 전혀 다른 얘기가 되기 일쑤다. 그럼에도 우리 증시에서는 인덱스(주가지수)에 투자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전반적인 시황에 왜 그렇게 관심들이 많은지 의아할 때가 많다.
진정한 투기꾼은 장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다. 아니 예측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경제분석이 틀렸기 때문에", "종목 분석이 서툴렀기 때문에"와 같은 변명을 늘어놓지 않는다. 진정한 투기꾼은 장이나 종목을 20%의 확률로 맞추어도 그 20%를 살려서 자기 이익의 80%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다.(JR의 20/80의 법칙)
틀렸을 때 얼마나 빨리 빠져나오고, 맞췄을 때 얼마나 많이 먹을 수 있는가가 핵심이지, 야구처럼 몇 %의 타율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투기꾼을 통해서 투자자들도 알고 있어야 할 투자의 상식이다. 예측은 예측일 뿐 따라하지 말자.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리서치팀장 hunter@cjcyb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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