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으로 예정된 일임형 랩어카운트(Wrap Account) 상품 출시를 앞두고 개인 고객 등을 대상으로 삼성·LG·대우·미래에셋 등 4개 선발 증권사들의 마케팅 대전(大戰)이 불을 뿜고 있다. 올해 금융권 최대의 관심사로 부상한 일임형 랩어카운트 제도는 여유자금을 가진 사람에게는 은행 예금이나 부동산 투자 외에 믿을 만한 새로운 자산관리 수단이 생긴 것이고, 증권사로서는 단순한 주식매매 중계업무를 넘어서 고객 자산의 운용권을 갖는 수탁기관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이기 때문이다.개인 자산관리사 고용효과 기대
삼성금융연구소에 따르면 2000년말 현재 국내에서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사람은 세대주를 기준으로 약 14만명이다. 여기에 금융자산과 연간소득이 각각 1억원 이상인 '고액자산가 후보군' 6만여명을 포함할 경우 수억원대의 여유자산을 어떻게 굴려야할 지를 고민해야하는 '행복한 부자'들이 줄잡아 20만명, 자산규모로는 200조원대에 육박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임형 랩어카운트는 투자 고수익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는 여유자금을 가진 이들 '부자'를 상대로한 상품이다. 은행권의 VIP 마케팅상품인 '프라이빗뱅킹(PB)'에 비해 증권사의 투자 노하우와 정보를 집약한 증권사식 PB서비스인 셈이다.
증권사의 기존 위탁계좌나 자문형 랩어카운트에 비해 주식과 채권 등 상품 매매에 대한 의사결정까지 증권사에 모두 일임된다는 점이 다르다. 반면 자산운용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돈을 맡긴 고객이 진다.
일견 고객에게 불리해 보일 수도 있으나, 증권사 역시 고객 자산에 대해 얼마만큼의 수익을 올리고, 안정적으로 운용했는가에 따른 신뢰도에 증권사의 사활이 걸린 만큼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는 시스템인 셈이다.
투자 조직·운용 감시체제 업그레이드
적지 않은 내 돈을 남에게 맡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안전하게 최대의 투자수익을 올릴 것인가'하는 점이다. 그동안 일임형 랩어카운트 등록신청을 마치고 이달 중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 삼성·LG·대우·미래에셋 등 4개 증권사의 마케팅 포인트 역시 이 점에 맞춰져 있다.
각 증권사는 우선 투자효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자체 리서치와 운용전문인력 등으로 구성된 자산배분위원회가 운용전략 등을 정하고, 각 증권사가 자체 운영하고 있는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및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가동해 고객 자산의 운용을 감시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미 허용된 자문형 랩어카운트 시장(2조5,000억원 규모)에서 70% 이상의 자산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삼성증권은 향후 일임형 랩을 직접투자형과 간접투자형으로 나누고, 이를 다시 고객의 투자성향에 따라 3개 타입의 투자상품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이를 위해 자체개발 투자모델을 이미 시험 가동중이며, 미국의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접목해 독자적인 '스마트-프로(Smart-Pro)'를 구축했다.
LG투자증권은 고객 계좌별로 자산을 운용하는 만큼 최저 가입금액을 개인 3,000만원, 법인 1억원으로 하고 증권사가 받는 보수(Fee)를 연 3% 내외에서 정할 계획이다. 대우증권은 고객 성향에 따라 주식투자비율이 달라지는 'KOSPI+걌', '시장추세형' '리서치형' '마켓 뉴트럴' 등 4개 타입의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일임형 랩어카운트를 담당할 '머니매니저'제도를 도입한 미래에셋증권은 6개월 이상 투자기간을 설정한 '컨설턴트형' '펀드형' '맞춤형' 등 3개 상품을 준비중이다. 각 증권사는 여기에 더해 해당 상품 고객에 대한 법무·세무 자문서비스 등을 제공할 방침이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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