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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산체스대통령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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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산체스대통령 사임

입력
2003.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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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중서부의 빈국 볼리비아 공화국의 곤살로 산체스 데 로사다(73) 대통령이 1달여 동안 계속된 농민과 노동자 등의 반정부 유혈 시위 끝에 17일 사임했다.지난 해 8월 집권한 뒤 14개월 만으로, 임기를 46개월이나 남겨두고 있었다. 산체스는 17일 의회에 보낸 사임 서한에서 "나는 강요에 의해 떠나지만, 나의 사임이 볼리비아의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힌 뒤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그는 1993∼98년에도 대통령을 지낸 바 있다.

대통령 사임까지 이른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천연가스 수출 계획 등 정부의 자유 시장 경제 정책에 대한 민중들의 불만이다. 산체스는 취임 직후 남미 지역 매장량 2위의 천연가스를 미국 등에 수출하면 연간 15억 달러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선전하면서 다국적 석유 컨소시엄과 수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그 혜택이 정부와 외국기업에만 돌아갈 것이 뻔하고 1879년 전쟁으로 영토를 빼앗긴 칠레를 통해 가스를 수출하는 것은 국가적 수치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9월 15일 반대 시위를 시작했다.

여기에 친미파인 산체스가 미국의 마약 근절 정책에 동조해 일방적으로 코카 잎 재배를 금지한 것에 분노한 농민, 만성 경제난에 이골이 난 교사와 학생 등이 합류하면서 시위대는 5만명까지 늘었고, 급기야 산체스의 퇴진을 요구했다. 시위가 날로 과격해지자 정부가 12일 계엄령을 발동해 무력 진압에 나서면서 8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산체스는 뒤늦게 천연가스 수출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약속했지만 부통령과 경제장관 등이 잇달아 사임하고, 집권 연정까지 붕괴되는 등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볼리비아 헌법에 따라 카를로스 메사 부통령이 임시 대통령직을 맡게 됐다. 그는 저명한 역사학자이자 TV 방송기자 출신으로, 18일 과도정부를 구성하고 "조기 대선을 실시하고 조만간 가스 수출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혀 민중의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이로써 볼리비아에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낙관할 수는 없다. 신임 메사 대통령은 무소속으로 정치 기반이 취약하다. 때문에 지난 해 대선에서 산체스에 아깝게 패한 뒤 이번 퇴진 운동을 주도한 원주민 출신의 에보 모랄레스 사회주의운동 지도자, 산체스와 연정을 구성했던 신공화세력당의 만프레드 레예스 총재 등과 치열한 정권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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