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성균관대 명륜당 은행나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성균관대 명륜당 은행나무

입력
2003.10.20 00:00
0 0

서울 종로구 명륜동1가 53번지 성균관대 명륜당내에 늠름한 자태를 자랑하며 서있는 수령 600년의 노거수(老巨樹·사진) 은행나무. 늦가을 온통 노란 옷으로 갈아입는 은행나무 그늘은 1960, 70년대 명륜동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성균관대 동문들의 가슴 속엔 늘 추억으로 남아 있다.졸업생들은 "집현전 학자들, 이율곡, 이퇴계 선생부터 가깝게는 최익현 선생 등이 조선 500년 역사동안 우국충정의 복잡한 심사를 그 나무에 기대어 풀기도 했다"고 역사적 의미를 부여한다. 지금은 은행나무 주변을 철제로 막아놓았지만, 70년대엔 도시락을 까먹거나 딱딱한 수업 빼먹고 낮잠 자는데 안성맞춤이었다. 은행나무 독성 때문에 주변에 벌레가 얼씬거리지도 않았고 진노란 단풍은 일품 중에도 일품이었다. 성균관대 캠퍼스커플들의 데이트 명소로도 최고 인기를 끌었으며 젊은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문학과 철학과 역사를 얘기했던 유서깊은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졸업생들이 이 곳에서 전통혼례를 하려고 순번을 기다리기도 했다.

성균관대 문학 동아리 '문행회(文杏會)' 출신으로 현재 증권회사 임원인 김모(46)씨는 "지금도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요일 명륜당 은행나무를 찾는다"며 "시인을 꿈꿨던 그 시절, 처음 미팅해서 반한 타대학 여학생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었던 이 뜰은 나에게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라고 했다.

80년대 후반부턴 은행나무 주변을 철제 울타리로 막아 놓았다. 이 때문에 바로 은행나무에 기댈 수는 없지만 졸업생과 재학생들은 이곳을 찾아 사진촬영을 하곤 한다. 종종 야외혼례식이 열리기도 하고 6월초에는 국창 이명국 선생이 외국인 30여명을 모아놓고 판소리 춘향가를 6시간 동안 완창하기도 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