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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관심공세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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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관심공세 스트레스

입력
2003.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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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사는 데는 많은 장단점이 있다. 물론 장점이 단점보다 훨씬 많고 난 이 나라를 아주 좋아하지만 외국인으로서 아들 둘을 키우며 느낀 몇 가지 불쾌한 점들이 있다.첫째, 한국 사람들은 외국 아이들을 보면 거의 "귀엽구나" "아가야" 등등의 말을 건다. 처음에는 우리 아이들도 사람들의 관심을 그런대로 좋아했다. 그러나 어디를 가나 그런 얘기를 듣자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아들은 한동안 사람들이 "귀엽구나" 하면 화를 내면서 "안 귀여워!" 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게 더 귀엽다고 생각했는지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해 아들을 더 스트레스 받게 만들었다. 난 아들이 "멋있구나"라고 말해주길 원한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아들은 또 사람들이 "헬로, 베이비"라고 하면 몹시 싫어한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에게는 아가라는 말은 큰 수치였다.

둘째, 한국 사람들 중에는 외국 아이들에게까지 자신들의 능숙하지 못한 영어를 연습하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국 유치원을 다니는 아들은 심지어 유치원에서도 선생님과 친구들의 영어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마침내 아들은 "우리 아빠께 물어보세요. 영어 교수니까요"라고 했단다. 물론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건 이해하지만 아들은 선생도 아니고 그러기엔 너무 어리다.

셋째, 나이에 대한 질문도 곤란한 경우가 많았다. 결국 아들은 사람들이 영어로 몇 살이냐 물어보면 대답하지 않지만 한국어로 물어보면 대답하게 되었다. 대개 서양에선 어른들이 무조건 아이들에게 나이나 이름을 물어보지 않기 때문에 아들로서는 나름대로 문화의 차이를 받아들인 셈이다.

물론 결국에는 스스로 알아서 처신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자녀가 겪는 특별한 대접은 대부분의 외국인들을 한국에 오래 머물지 않게 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사업 때문에 한국에 온 이들은 사람들이 자식들에게 너무 관심을 보이기 때문에 "안돼요"라는 한국말부터 먼저 배우게 되고 아이들이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느껴 자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물론 한국 사람이 나쁜 의도로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말이다.

만일 자신이 외국에 살면서 아이들이 그 나라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해보라. 회사에서 있으라고 해도 거기서 계속 살고 싶을까?

헨니 사브나이에 네덜란드인 단국대 전임영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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