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서늘해지면 여기저기서 결혼소식이 날아들지만 그에 못지않게 자주 들리는 것이 바로 부고(訃告)다. 특히 흔히 호상(好喪)이라고 부르는 노인의 돌연사는 주로 늦가을에서 초봄에 많이 발생한다.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와 인하대 의대 홍윤철 교수팀은 최근 1998∼2000년 인하대병원에 뇌졸중으로 입원한 환자 545명을 대상으로 기온 하락과 뇌졸중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기온이 5도 하락하고 만 하루가 지난 뒤 뇌졸중 발생률이 평균 1.4배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갑자기 기온이 낮아지면서 피부혈관이 수축하는데다 운동량이 줄어드는 탓에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질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 대학병원 조사 결과에서도 뇌졸중이 1년 중 10월과 11월에 가장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장애나 마비 때 의심을
뇌졸중은 갑자기 발병하고 발병한 뒤 조금만 치료가 늦어도 '큰 일'을 당할 수 있다. 따라서 아주 조그만 증상이라도 지나치지 말고 체크해야 한다. 가령 한쪽 팔 다리에 힘이 빠지는 마비증상이나 발음이 어눌해지는 언어장애, 물체가 잘 보이지 않거나 두개로 보이는 시각장애가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는 게 좋다.
단순한 어지럼증이나 두통도 뇌졸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분당차병원 신경과 김옥준 교수팀이 최근 두통·어지럼증 환자 190명을 대상으로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을 실시한 결과, 23.2%(44명)가 뇌혈관 동맥경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조사 대상자들은 언어 장애, 팔다리 마비, 감각 장애 등과 같은 뇌졸중 전조 증상이 전혀 없는 단순한 두통과 어지럼증만 호소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람은 특히 조심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환자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뇌졸중 환자의 60∼70%는 고혈압을 앓고 있는 사람이다. 고혈압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4∼5배 정도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높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건강한 사람에 비해 2배 이상, 심장질환자 역시 40% 이상이 뇌졸중 위험을 안고 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출혈성 뇌졸중이 생길 위험이 2.5배 이상 높다. 이밖에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거나 복용한 적이 있는 여자의 경우도 뇌졸중 발생 위험이 2배 이상 커진다.
이런 사람은 증상이 없어도 미리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 최근에는 간단한 혈액검사를 통한 호모시스테인 농도나 유전자 검사만으로도 뇌졸중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 혈중 호모시스테인 농도가 높으면 뇌졸중 같은 혈관질환이 잘 발생하기 때문이다.
빠른 병원 이송이 관건
뇌졸중으로 쓰러지면 빨리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혈액공급이 완전히 중단된 상태에서 뇌세포가 살 수 있는 시간은 2∼3분 정도지만 다른 뇌혈관의 도움을 받아 최대 6시간 정도 버틸 수 있다. 병원에 도착해서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혈관의 막힌 부위를 찾는데 걸리는 시간이 1시간30분∼2시간 정도다. 따라서 뇌졸중이 발생하면 적어도 4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야 한다.
병원으로 이송하기 전에 환자가 의식이 없는 중한 상태라면 환자를 편안히 눕히고 넥타이, 벨트 등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만약 환자가 토하는 경우에는 구토물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서 기도를 막지 않도록 얼굴을 옆으로 돌린 후 입안을 닦아준다. 의식이 깨어 나도록 하기 위해 찬물을 끼얹거나 빰을 때리는 행동 등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종성 교수, 세브란스병원 허지회 삼성서울병원 이광호 교수>도움말=서울아산병원>
● 뇌졸중이란
뇌졸중(腦卒中)은 뇌혈관이 손상돼 생기는 질환이다. 뇌의 일부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혈관이 막히면 뇌경색, 터지면 뇌출혈이라고 하며 증세로는 반신마비, 언어장애, 시야장애, 운동장애 등이 있다. 뇌출혈은 고혈압이나 뇌혈관 기형에 의한 '뇌속 출혈'과 꽈리처럼 불거져 나온 뇌동맥류에 의해 뇌를 둘러싸고 있는 지주막 아래에 출혈이 생기는 '뇌지주막하 출혈'로 나뉜다. 뇌경색은 노화에 따라 50대 이상 장년층에서 주로 나타나는 '혈전성 뇌경색'과 심장판막증, 부정맥 등 심장질환에 따른 '심인성 뇌경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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