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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안타까운 父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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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안타까운 父情

입력
2003.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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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울 용산경찰서 형사계. 6년 동안 사실상 식물인간으로 살아온 딸의 산소호흡기를 뽑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전모(49·무직)씨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눈물을 훔쳤다."중환자실에만 6년을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보험 혜택도 못 받고…."

전씨의 모진 사연은 고명딸이 초등학교 5학년때 '경추 탈골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에 걸리면서부터 시작됐다. 8년간 딸의 병 수발을 하며 3억원의 치료비를 대느라 전씨의 가세는 서서히 기울어갔다. 택시기사로 일하며 번 돈 전부를 치료비에 쏟아 부었지만 딸의 병세는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그나마도 6년 전부터는 뇌사상태에 빠져 병원 중환자실에 장기 입원하는 신세가 됐고 올 초부터는 사지가 마비되는 합병증이 와 온종일 누군가가 간병을 해야만 했다.

"이웃에서 추렴도 해주고…. 사채, 카드 빚 그마저도 모자라 친척들한테도 닥치는 대로 돈을 빌리러 다녔어요."

깨어날 줄 모르는 딸의 치료비를 대는 일은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올 여름 여기저기서 끌어다 쓴 빚은 7,000만원 이상으로 늘어났고, 불황 탓에 전씨는 설상가상으로 지난 여름 실직까지 했다. 술집 종업원으로 일하는 아들(24)벌이만으로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외에는 약값 대는 일조차 만만치 않았다. 결국 전씨는 두 달 전 눈물을 머금고 의식이 없는 딸을 퇴원시켰다.

미라처럼 누워있는 딸의 곁을 한정 없이 지키고 있던 지난 12일 오후 9시40분께 전씨는 후암동 자신의 집에서 참담한 심정으로 딸의 생명줄을 뽑아 버렸다. 그러나 딸의 마지막 고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어 전씨는 곧바로 방을 뛰쳐나왔고 딸이 숨을 거둔 다음 날인 17일 부인이 경찰에 신고, 결국 감옥에 가야 하는 처지가 됐다. "사정이야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실정법을 어겼으니 우린들 어찌할 수가 없네요." 전씨가 이날 밤 구치소로 향하자 형사들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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