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채널로 이미지가 굳어진 KBS 2TV의 공영성을 높이기 위한 일명 'K2 프로젝트'의 윤곽이 드러났다. KBS는 11월3일부터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추진해 온 'K2 프로젝트'를 반영한 가을 개편에 들어간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비판의 표적이 돼 온 주말 버라이어티쇼 전면 폐지와 공익성을 곁들인 예능 프로그램 신설, 심야 시간대 보도 기능 강화 등이다.문제 프로그램 정리
타사를 모방한 짝짓기 프로그램을 내보내던 '자유선언 토요대작전'과 가학적 벌칙으로 비난 받아 온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사진)가 예고한 대로 막을 내린다. 전직 대통령 집 앞 심야시위로 물의를 빚은 '생방송 시민 프로젝트 나와주세요'도 생활 주변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를 끝내 살리지 못해 폐지된다. 이문태 예능국장은 "연예인의 사담(私談) 장으로 전락한 프로그램을 정리하고 교육 경제 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와 시청자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게 개편의 기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시청률보다 공익성
우선 평일 저녁 뉴스 전후에 공익성 짙은 예능·교양 프로그램을 포진한다. 'TV 생활법정'이 화요일 저녁 7시로 옮기고, '학교야 놀자'(월)와 '성공예감 경제특종'(목)을 같은 시간대에 신설한다. 또 탤런트 김원희가 진행하는 에듀테인먼트 프로그램 '대한민국 1교시'가 화요일 밤 11시에 신설된다.
주말 저녁에는 MBC '!느낌표' 같은 공익성 버라이어티쇼를 배치한다. 황수정 아나운서와 개그맨 이휘재, 이혁재가 진행하는 '스펀지'(토 오후 6시40분)는 그 주에 가장 화제가 된 검색어를 선정해 궁금증을 풀어본다.
유정현이 진행하는 '초특급 일요일 101%'(일 오후 6시20분)는 청년 구직자의 취업 도전기를 담은 '꿈의 피라미드', 해외에 한국어를 보급하는 코너 등으로 꾸민다.
또 경제 문제를 오락으로 포장한 '체감경제 황금의 시간'(토 밤 9시50분)을 신설, 일요일 밤 건강 버라이어티쇼 '비타민'과 보조를 맞춘다.
아침 토크쇼 '이홍렬 박주미의 여유만만'(월∼금 오전 9시30분)에서 개그맨 이홍렬이 오랜만에 진행을 맡는 것도 눈길을 끈다. 심야 시간대에서는 '생방송 세계는 지금'을 폐지하고, 국내외 뉴스를 아우르는 시사종합프로그램 '생방송 24시'(월∼목 밤 12시)를 새로 선보인다.
1TV는 일부 교양프로그램을 신설한 것 외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의미와 한계
KBS는 이번 개편에서 광고가 없는 1TV와 달리 광고 수입과 타 방송사와의 시청률 경쟁을 고려해 온 2TV 특유의 편성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20년 넘게 고정된 수신료(월 2,500원)를 인상하려면 먼저 공영성을 높여 명분을 쌓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한나라당이 일부 프로그램의 편향성을 문제 삼아 수신료 분리 징수를 추진한 것도 개편 폭을 크게 했다.
그러나 봄 개편 때 이미 공익성 강화와 새로운 포맷을 강조하며 신설한 '황정민의 인터뷰' '연작에세이 어머니' '나와주세요' 'TV오디션 도전60초' '하이! 5' 등을 6개월도 안 돼 폐지, 졸속 개편이었음을 스스로 드러냈다. 이번 개편 역시 '실패한 실험'으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예능국의 한 PD는 "공익성 강화라는 명분에 집착,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공익성을 살리면서 시청자의 눈길을 잡겠다는 뜻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