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길 위의 노래/전인평 지음
국악학자 전인평(중앙대 국악대 학장)씨는 지난 20년 간 틈만 나면 실크로드를 여행했다. 중앙아시아의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나는 사막길과 중국에서 페르시아만에 이르는 바닷길 양쪽을 따라가며 그는 동·서 세계의 교통로였던 실크로드를 통해 오갔던 문물, 특히 음악을 새롭게 발견했다. 장구와 해금이 멀리 인도에서 전해졌고 비파가 이란에서 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고대 인도 문헌에서 우리 음악 '영산회상'에 나오는 것과 꼭 같은 장단을 발견하고 놀라기도 한다. 이를 통해 우리 음악을 세계적 지평에서 넓게 보는 눈을 뜰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갈수록 변방으로 밀려나는 국악의 돌파구로 아시아 음악에 주목한다.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추고 있어 어렵지 없다. 각 지역의 문화와 역사, 사람 이야기도 넉넉하게 풀어놨다. 소나무 1만8,000원.
아름다운 유산 /정훈 편저
1938년 10월15일 전남 목포 공회당에서 조선 남자 윤치호와 일본 여자 다우치 치즈코가 결혼식을 올렸다. 내로라 하는 조선인과 일본인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고, 식이 끝난 뒤 신랑 신부가 밖으로 나오자 하객보다 더 많은 걸인들이 두 줄로 서서 "거지대장 만세!"라는 환호를 보냈다. 윤치호가 19살의 나이에 설립했던 목포 공생원의 역사는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역사나 다름없다. 일제 당시 고아들을 수용하는 기관은 전국적으로 얼마 되지 않았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전도사였던 윤치호는 결혼 전에는 혼자서, 결혼 후에는 이름을 윤학자로 바꾼 부인과 함께 고아들을 돌봤다. 이 책은 윤치호가 가난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기독교를 접하고, 고아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42년간의 치열했던 삶을 그리고 있다. HWB 8,000원.
신은 나에게 장애를 선물했다
/박일원 지음
단 몇 시간만이라도 장애 체험을 해보면 자신이 정상인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이 책의 저자 박일원씨는 두 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초등학교까지 어머니의 등에 업혀 학교를 다닌 장애인이다. 본인의 노력과 주위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그는 1995년 가족과 함께 호주로 이민, 시드니에서 한 시간 거리인 쿠링가이에서 살고 있다. 현지 장애인단체 오지코 센터에서 일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는 휠체어를 타고 호주 곳곳을 누비며 그곳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보고 들었다. 호주 시골을 떠돌던 뜨내기의 이름을 붙인 '스웨그맨이 되어' 등 3부로 된 책은 배달원으로 근무하는 난장이 아저씨,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일하는 뇌성마비 장애인,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청소부 장애인의 삶을 생생하고 따뜻하게 전해준다. 그들의 삶만큼이나 장애인에 대한 편견 없는 호주 사회, 사람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여백미디어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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