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윈친 등 지음·김윤진 옮김 주니어김영사 발행 초등 전학년용·7,500원
"엄마! 엄만 어서 부엌에 가서 밥을 지으세요." 아이들이 말하면, 엄마들은 웃으면서 똑 같이 대답했다. "밥은 무슨 밥? 하마 선생의 음식백화점에서 벌써 다 사다 놓았지."
하마 선생이 숲 속 동물나라에 음식백화점을 차린 뒤로 엄마들은 더 이상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 밥도 반찬도 모두 사다 날랐다. 그런데 아이들은 하나도 즐겁지 않다. 한가로워진 엄마들이 아이들과 놀아주기보다 끝도 없이 숙제를 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이라고 꾀가 없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백화점 옆에 새 가게가 문을 열었다. '아기 하마 숙제 심부름 가게'. 밥도 대신 해주는데 숙제라고 안 될 게 뭐 있냐는 식이다. 집에 가둬 둘 참으로 숙제를 내주는 엄마들에게 아이들은 '따끈한 숙제'를 쥐어 주고 미꾸라지처럼 집을 빠져나간다.
표제작 '하마 선생의 음식백화점' 등 중국의 단편 동화 9편을 모은 이 선집은 환상적이면서도 아기자기한 중국 현대 동화의 세계를 잘 보여준다. 부모와 아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다른지, 또 꾀를 내기로 치자면 아이들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재미있는 우화로 보여주는 표제작은 실린 작품 중에서 꽤 사실성이 높은 축에 들어간다.
소소미라는 뱀 덕분에 부자가 되는 할아버지 이야기를 다룬 '착한 뱀 소소미', 모든 병을 다 낫게 하는 신비한 의술을 가진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괴상한 할아버지', 마술 붓이 악한 사람을 벌 주는 '마량이의 마술 붓' 등 동화들은 거의 한결 같이 마술적인 요소들이 중요한 소재가 되고 있다. 주제는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이 많고, 근거 없는 소문은 진실을 왜곡하기 마련이라든가, 일하지 않고 놀기만 해서는 낭패를 본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중국 동화답게 용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은신주'에서 볼 수 있듯 중국 동화에서 용은 사람과 별개의 것이 아니다. 보물 '은신주'를 탐낸 관리가 마을 훈장을 죽이자 그 아들이 '은신주'를 삼키고 결국 용으로 변해 악한 사람을 물리친다는 이야기는 마법의 힘을 빌긴 했지만 악을 물리치는 주체가 결국 사람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우리와 사뭇 다른 중국 현대 동화의 풍부한 이야기 세계를 만끽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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