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오 산세이 지음·최성현 옮김 달팽이 발행·9,000원
일본의 생태운동가이며 시인인 야마오 산세이(山尾三省·1938∼2001)의 수필집이 출간됐다. 야마오의 글은 지난해 '여기에 사는 즐거움'이라는 책이 번역돼 국내 독자들에게 낯설지 않다.
그의 글은 소박하지만 간절한 생태주의, 만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애니미즘에 근접한 물신사상, 산과 바다와 숲과 흙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자연친화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 늘 죽음을 생각하면 도리어 거짓 없는 삶이 생겨난다는 인생론도 한 축이다.
이 책은 정갈한 글 때문에 더욱 눈길을 끈다. 37세에 도쿄(東京)에서 일본 남쪽 규슈(九州) 가고시마(鹿兒島) 현의 작은 섬 야쿠(屋久)로 거처를 옮겨 자연과 어울려 살아온 그의 삶처럼 글이 더할 수 없이 담박하다. 그가 산에서 만난 꽃, 밤하늘에서 본 별을 이야기할 때 거기선 유별난 주의 주장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대여섯 쪽짜리 글 한편 한편마다 자연을 사랑하라, 환경을 보호하라는 메시지가 은은하게 담겨 있다.
생태주의를 설명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것이 우리의 뒤틀린 삶을 구제하는 최선의 대안이라는 선언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하지만 야마오의 방식은 다르다. '우리는 숲에 마음이 끌려 숲으로 간다. 강에 마음이 끌려 강으로 간다. 바다의 부름에 따라 섬에 산다.' 우리는 의식 저 아래에서 삼라만상과 마주쳐 있으며 그래서 자연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더 나아가 '우리의 인생 자체가 사실은 불가사의한 힘에 이끌려가는 사건들의 총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불가사의한 힘은 다름 아닌 '친화력'이다.
야마오의 이야기들은 대부분 자신의 체험에서 나온다. 산에서 사슴이 다니는 길을 따라 걸으며 골짜기에서 멀어지는데 놀랍게도 물소리가 거꾸로 점차 선명하게 들려오는 것을 경험한 뒤, 사람의 길을 벗어나는 순간 사람은 '조용하고 예민한 동물로 돌아간다'고 쓰는 식이다.
숲 속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를 '우리들이 숲이라는 자연의 순환에 둘러싸여 있고, 진보와 동시에 늘 마음의 평화를 바라는 생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해석한다.
'내게 철학은 오랜 기간 나의 생을 어디로 돌려보낼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바꿔 말하면 나를 어떻게 죽게 할까, 어디로 나의 의식과 뼈를 돌려보내야 할까를 생각하는 일이었다. 그것이 더 진실하게 살고, 더 바르게 살고, 더 풍요롭게 살아가는 길이었다.' 생각나는대로 경험한대로 자연스럽게 적어나가는 야마오의 글은 진실하고 소박하다. 그래서 맑은 가을 밤하늘 달처럼 밝고 커 보인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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