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대상은 서울 강남과 구기동 등 고급 주택가의 수십억대 단독주택에 사는 60∼70대의 재력가 노인 일가. 현관을 통해 당당하게 침입한 뒤 둔기로 머리를 때려 잔혹하게 살해하고 도주하면서도 금품은 손 대지 않음. 지문, 범행도구 등 범행관련 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게 행동.'서울 강남구 신사동 70대 명예교수 부부, 종로구 구기동 일가족 3명, 그리고 삼성동 60대 노인 피살사건 등 최근 20일 사이에 서울 고급 주택가에서 잇달아 발생한 3건의 살인사건이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특히 잔인한 범행 수법이나 범행대상 등이 유사해 일각에서는 '부유층 혐오증에 걸린 정신질환자의 연쇄 살인극이 아니냐'는 의견까지 제기되고 있다.
16일 대낮 삼성동에서 발생한 60대 할머니 피살 사건은 경찰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범행은 이미 수사 중이던 2건의 살인사건과 유사한 방식으로 잔인하게 이뤄졌기 때문. 담장을 넘어 잠기지 않은 현관문을 통해 집으로 들어간 범인은 병원에 다녀오기로 한 남편 식사를 준비하던 유모(69)씨를 안방에 딸린 화장실로 끌고 갔다. 범인은 둔기로 유씨의 머리를 4차례나 내려친 뒤 세면대에서 피 묻은 손을 씻고 달아날 정도로 대담했다.
집은 시가 20억원에 이르는 비싼 단독주택이었지만 담장은 낮고 무인경비시스템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신사동과 구기동 사건처럼 허술한 방범상태에 반항하기 힘든 노인들이 주로 사는 알짜배기 부잣 집이 범행 대상이었던 것.
그러나 앞서 두 사건과 마찬가지로 잔인한 범행 뒤에 집안에 있던 현금과 수표는 그대로 놓아두었다는 점 때문에 범행 동기에 대해 경찰은 쉽게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흉기 종류와 범행시간, 반항 여부 등을 볼 때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은 낮은 것 같다"며 "우연히 방범이 허술한 고급 주택에서 노인들이 잇달아 피살됐을 뿐 연쇄 살인극은 허황된 판단"이라고 일축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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