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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의 지정환 신부 전북대서 명예농학박사/"학위는 치즈공장에 헌신한 농민들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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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의 지정환 신부 전북대서 명예농학박사/"학위는 치즈공장에 헌신한 농민들 몫"

입력
2003.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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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치즈공장을 설립한 인물로 유명한 벽안(碧眼)의 지정환(池正煥·71) 신부가 지역경제를 활성화한 공로로 18일 전북대에서 명예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북 완주에서 중증 장애인 수용시설 '무지개 가족'의 지도 신부를 맡고 있는 그는 수여식이 끝난 뒤 "치즈공장이 성공하기까지 지역 주민들의 고난과 역경이 남달랐다. 이 학위는 내가 아니라 모든 농민들이 받아야 한다"며 겸손해 했다.그는 다발성 신경 경화증으로 고통 받는 삶을 살면서도 지난 40여년간 농민과 장애인을 위해 국적과 종교를 초월한 사랑을 실천해 왔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태어나 1958년 천주교 신부로 서품된 뒤 전쟁으로 피폐한 한국에서 활동하기로 결심, 영국으로 건너가 1년간 한국어를 배우고 이듬해 한국에 들어왔다. 본명(디디에 세르스테반스)도 버리고 지정환으로 개명, 전북지역을 돌며 농촌 계몽운동을 펼쳤다.

부안 성당의 주임신부로 재직하던 60년대 초 간척사업을 통해 가난한 농민들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 주었으며 임실 성당 지도신부(64∼81년) 시절엔 국내 최초의 치즈공장을 세워 지역 농민들의 자활기반을 닦았다. 특히 81년 정부의 인가를 받아 만든 임실 치즈공장을 농민들이 주인인 협동조합 형태로 변경한 뒤 운영권과 소유권을 조합에 넘기고 다른 곳으로 봉사활동을 떠났다.

84년에는 전주시 인후동에 28평 아파트를 전세 내 '장애인을 위한 집'을 개원, 중증 장애인을 본격적으로 돌보기 시작했고 4년 뒤 천주교 재단의 도움으로 '무지개 가족'을 설립했다. 이곳을 거쳐간 150여명은 대부분 교통사고로 사지가 절단되거나 목뼈가 부러진 중증 장애인이었지만 약물이나 운동기구를 사용하지 않는 훈련을 통해 수십명이 자활에 성공해서 나갔다. 이 가운데 15명은 결혼해 일가를 이뤘다.

지 신부는 "나는 장애인들과 결혼했다. 힘이 부치지만 죽을 때까지 장애인 곁에서 용기를 심어주고 싶다"며 앞으로 남은 삶도 장애인을 위한 봉사에 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이날 임실치즈피자 김미혜 사장은 전북대에 장학금 2,000만원을 기탁했으며 학교측은 장학금을 낙농분야 연구생들에게 전달키로 했다.

/전주=최수학 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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