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프랑스 문단과 출판계는 곧 발표될 문학상 소식으로 잔뜩 긴장해 있다. 다음 주 목요일인 23일, 프랑스 소설 부문에 주는 아카데미 프랑세즈 대상에 이어 27일에는 프랑스 소설 및 외국어 번역 소설에 주어지는 페미나와 메디치상 수상작이 결정된다. 후보작들은 벌써 1, 2차 심사를 거쳐 발표된 상태다.특히 11월3일 발표될 공쿠르상에 눈길이 쏠려 있다. 공쿠르상은 1903년 12월 작가 에드몽 드 공쿠르의 유언에 따라 그 해의 가장 훌륭한 소설에 첫 상이 주어진 후 올해로 100 주년을 맞는다.
이듬해, 심사위원이 남성 작가로만 구성된 데 공쿠르상에 대항, 여자 문인들로 구성된 페미나상이 생기고, 공쿠르상에 불만을 품은 다른 상이 줄줄이 나왔지만, 세계적 명성과 판매고 1위를 자랑하는 상은 여전히 공쿠르상이다.
공쿠르 상 100주년 기념 행사도 한창이다. 그 중 상원 의사당 건물인 뤽상부르 궁에서 11월20일과 21일 이틀간 열릴 심포지엄이 주목할 만하다. 공쿠르상의 역사적 사회적 문학적 의미를 두루 다룸으로써 지난 1세기 동안의 프랑스 현대문학을 점검하는 자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의 공쿠르상 후보작에도 2차 심사까지 끝난 현재 여섯 편이 남아있다. 9월 말 1차 심사에서 선정된 12 편 가운데 7편이 7일 2차 심사에서 탈락했고, 1차 목록에 없었던 중국계 작가 다이 시지의 '디의 콤플렉스'가 후보에 새로 올랐다. 이들 작품은 21일 3차 관문을 통과한 후 최종 심사를 기다려야 한다.
'디의 콤플렉스'는 프랑스에 망명해서 프로이드 심리학에 영향을 받은 무오라는 중국인이 감옥에 갇힌 약혼녀를 찾아 중국으로 돌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약혼녀를 석방시키기 위해 마오쩌둥(毛澤東) 사상에 철저한 디 판사에게 프로이드 심리학을 알리며, 중국의 공산주의적 물질주의, 중세적 미신과의 충돌을 익살스럽게 풍자한 이 작품은 메디치스상 후보에도 올라 있다. 페미나, 메디치, 공쿠르 등 3개상 후보에 오른 작품도 있다. 알리스 페르네의 '전쟁에서'로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죽음과 학살의 도가니 속에서의 우정과 사랑을 여성적 섬세함으로 드러냈다. 이 소설은 역시 1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한 필립 클로델의 '회색 영혼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회색 영혼들' 역시 공쿠르상 뿐만 아니라 여러 상 후보에 동시에 올라있다.
무시하기 어려운 공쿠르상 후보는 9·11 테러를 소재로 한 프레더릭 바이베더의 '세계로의 창'이다. 이 소설은 9·11일 아침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기 직전 107층에 있는 '세계로의 창'이란 식당에서 벌어진 일을 상상한 작품이다. 전쟁, 테러, 중국의 서양화 등 세계적 관심사를 다룬 이런 작품들이 공쿠르상 100 주년 기념 수상작 후보에 오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조혜영·재불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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