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상반기 부진에서 벗어나 올 3분기에 분기 매출로는 창사이후 최초로 11조원을 넘어서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삼성전자는 17일 기업설명회(IR)를 갖고 3분기에 매출 11조2,600억원, 영업이익 2조500억원, 순이익 1조8,4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4.5%, 영업이익 77%, 순이익은 62.8%가 각각 증가한 것이다.
IR담당 주우식 상무는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도 매출 15.1%, 영업이익 13%, 순이익 6.6%가 성장했다"며 "올들어 계속된 경기침체와 유가급등, 최근 불거진 환율 변수 등 각종 악재를 감안하면 정말 경이로운 실적"이라고 자평했다.
골든 포트폴리오의 힘
"Congraturation!" 이날 오전10시 동시 전화통화 시스템을 사용해 세계 투자자 500여명을 상대로 컨퍼런스 콜이 시작되자 외국인 투자자들의 덕담이 쏟아졌다. 삼성전자가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깜짝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수출 비중이 70%를 넘는데다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휴대폰 등이 사업의 삼각 축을 이루며 서로를 보완하는 절묘한 포트폴리오 때문.
실제로 3대 '캐시카우(Cash Cow·돈벌이 되는 사업)'는 3분기 실적 성장에 모두 '효자 노릇'을 했다. 우선 반도체가 IT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무려 139.1%나 늘어난 1조3,500억원을 올렸고, 특히 플래시 메모리는 폭발적인 수요증가로 전분기보다 40%나 성장한 2조6,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던 LCD는 전분기보다 26% 늘어난 1조4,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휴대폰도 카메라폰 등 고급 제품의 호조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인 1,500만대를 팔아치우며 매출이 18%나 늘었다.
다만 디지털미디어와 생활가전 부문은 해외 생산비중의 확대와 내수 부진 등으로 매출에서 각각 1.2% 증가와 20.8% 감소를 기록하는 부진을 보였다.
"4분기에는 연타석 홈런을 날릴 것"
주 상무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 분기 매출 신기록을 세웠는데 4분기에는 매출 뿐만 아니라 영업이익도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고 밝혔다. 4분기 전망을 그만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반도체 부문에만 5,000억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세계 IT 시장이 분명한 회복세로 돌아선 것이 시장 지배력이 큰 삼성전자에게는 청신호. 게다가 시장성이 좋은 플래시 메모리 등에 집중 투자하며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은 "4분기에도 기업경영을 위협하는 불투명한 여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요 국가의 경제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등 기회요인 역시 존재하고 있으므로 이를 잘 활용해 실적 경신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깜짝 실적에도 불구, 최근 급등세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하면서 전날보다 7,500원 떨어진 45만2,000원에 마감하는 등 뜻밖의 행보를 보였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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