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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야수의 도시

입력
2003.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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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 아옌데 지음·우석균 옮김 비룡소 발행·9,500원

'환상적 리얼리즘'답다. 유명한 남미 소설가 할머니가 손자 손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의 현란한 상상력은 어지러울 정도다. '영혼의 집'의 작가 이사벨 아옌데(61·사진)가 쓴 청소년 소설 '야수의 도시'는 어린 소년이 위기와 고난을 거쳐 어른이 된다는 '성장소설'의 줄거리를 따른다.

그런데 얘기가 좀 복잡하다. 미국 소년 알렉스가 괴짜 할머니를 따라 아마존 밀림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모험이 시작된다. 야수를 찾아 나선 탐험대의 일행 중에는 원주민을 말살하려는 사업가가 있다. 음모가 무엇인지 알아보기도 전에 안내인의 딸인 혼혈 소녀 나디아와 함께 원주민 '안개족'에게 납치되고, 자신들이 안개족을 구원할 보호자임을 알게 된다.

고생 끝에 '야수의 도시'에 닿아 안개족을 보호해줄 수정알을 찾아내고, 탐험대와 재회한 뒤 원주민 몰살 계획도 밝혀낸다. 모습을 감출 수 있는 안개족, 재규어의 영혼이 몸에 깃들어 있다는 환상, 거대한 태고적 영물인 나무늘보 등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작가의 상상은 혀를 내두를 만하다.

작가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은 '마음으로 생각하기'다. 소설에서 소년은 고통스러운 원주민의 성인식을 치르면서 '마음으로 보는 법'을 배운다. 이렇게 뜨인 마음의 눈으로 알렉스는 '야수의 도시'의 어둠에서도 헤매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교훈.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을 얻으려거든 그에 대한 대가로 자신이 갖고 있는 가장 귀한 것을 내주어야 한다는 것. 알렉스가 '야수의 도시'에서 할아버지의 유품이자 힘의 원천인 마법의 플루트를 내놓고 얻은 것은, 아픈 어머니를 낫게 할 수 있는 생명의 물이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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