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 결정이 사실상 임박해지자 국방부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국방부는 그동안 "파병 결정에서 청와대와 외교부가 '머리'라면, 국방부는 '손과 발'일 뿐"이라며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한 언급을 꺼려왔으나 파병 논의에 대한 '함구령'이 사실상 해제되면서 파병 당위성 등에 대해 대국민 홍보에 나설 움직임이다.국방부와 합참은 정부의 파병 결정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 조영길 국방부 장관은 17일 브리핑을 통해 "이라크 다국적군 구성과 지원 문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는 사실은 우리가 의사결정을 하는데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며, 다음 달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전까지 파병에 대한 정부의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해 파병 준비에 본격 나설 뜻을 구체화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그동안 파병 후보로 거론돼 왔던 특전사와 특공여단, 야전공병단 등에 대해 실제 동원이 가능한지, 파병시 한반도 전력 공백은 없는지, 파병 후보지인 북부 모술 지역의 정세 등에 대한 본격 분석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파병 규모와 관련, '폴란드 사단'을 이끄는 폴란드의 병력 수준인 3,000명 선에서부터 공병부대를 포함, 완전 독립적인 민사군정 임무가 가능한 1만명 수준까지 다양한 방안이 검토 대상이다.
한편 조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미 이라크에 파병을 한 국가"라는 점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새로 파병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해석에 따라서는 이미 파병돼 호평을 받고 있는 서희(공병)·제마(의료)부대 규모와 책임 지역을 확대하거나 치안 유지를 위한 보병부대를 서희·제마 부대에 보내 공병 중심의 '한국사단'을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방부는 정부 결정이 나는 대로 다음 달 초 서울에서 열리는 SCM 예비회의와 17, 18일 예정된 SCM 회담에서 미국과 본격 협의할 계획이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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